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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율이라는 아이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공부방

하율이와의 만남은 2021년 가을이었다. 그 당시 하율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굉장히 도전적인 눈빛과 호전적인 에너지를 가진 아이였다,

엄마오 함께 온 하율이는 예의가 없어 보이고 반항적이고 뭔가 부정적인 아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이 아이가 '왜 그럴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하율이와의 첫 수업을 통해서 곧바로 호기심이 해결되었다.

하율이는 자존감이 바닥이었고 타인의 시선에 무척 민감한 아이였다.

자신의 수학실력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친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는 하율이에게 많은 관심과 인정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선, 하율이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율아, 너의 수학실력이 틀린 게 아니야.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 다른 아이들하고 비교할 필요 없어. 너의 길을 너의 속도로 걸어가면 돼."라는 말을 거의 매일 해주었다.

귓등으로만 듣는 줄 알았는데, 하율이는 변함없이 변하고 있었다.

우선, 일주일에 2~3번 결석을 했던 하율이기 매일 출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율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좋은 방향으로 천천히 변하는 하율이를 보며, 너무가 감동스러웠고 보람을 느꼈다.


그날,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분수의 약분과 통분을 배우는 중이었다.

거듭된 설명에도 하율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이 문제는 어렵고 그래서 풀 수 없다는 하율이의 자의식은 빈틈없이 강했다.

최대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한번, 두 번... 열 번을 설명해 주었다.

하율이는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이해시키지 못하는 나를 탓했다.

나도 인내심에 한계가 다다랐다.


그 순간, 하율이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 한다고, 엄마, 아빠가 공부를 못해서 자기도 못한다고.

한참을 우는 하율이를 바라보며, 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할 수 없는 하율이의 답답함이 내 마음에 전해졌다.

수학을 힘들어했던 나였기에 더욱 하율이의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하율이의 상처가 충분히 치유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하율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편안해 보였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하율이가 다시 한번 설명해 주길 원했고, 나의 설명을 경청했다.

갓난아기를 목욕시키 듯, 세심하고도 자세하게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조금씩 하율이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결국, 약분과 통분을 완전하게 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율아 해서 안 되는 것도 없고, 안 해서 되는 것도 없어, 넌 할 수 있어. 그냥 해봐."라고 말해주자,

하율이는 수줍게 웃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뭔지 모를 기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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