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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라는 아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기

오늘도 어김없이 우당탕탕하고 현관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윤지였다.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아이다. 목소리도 크고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행동도 크고 통도 크고 모든 게 큰 아이다.

윤지란 아이는 올해 봄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햇빛에 그을린 건강하게 빛나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검은 진주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지 아이였다. 첫 만남부터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윤지는 첫날부터 자신의 마음을 솔직 당당하게 표현했다. '선생님, 공부는 왜 해야 돼요?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어요. 10분만 일찍 끝내주세요.' 이런 식으로 할 말은 하는 아이였다. 첫 수업에서는 하고 싶은 말도 참고 간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윤지는 빠르게 적응? 하여갔다.


우리 공부방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특별히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책임지는 자유를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윤지의 자유분방함을 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윤지는 공부를 뺀 나머지 삶에서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몰입하여 살아간다. 특히, 운동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달리기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고 스피드 컵 쌓기도 잘한다. 심지어는 힘도 세서 웬만한 또래 남자들과의 팔씨름에서 져 본 적이 없다.


열정에너지와 힘이 넘치는 윤지지만, 공부는 정말 싫어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앉아 있는 것을 극도로 못한다. 문제를 푸는 수준은 보통 이상이다. 하지만, 5분 이상 앉아 있지를 못한다. 공부방 선생님으로서 난감할 때도 많다. 그래도 윤지의 스타일을 존중하려 한다. 공부보다는 윤지의 마음이 중요하니까. 세상에 모든 아이들이 범생이라면 어떨까? 행복한 세상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이 인정받는 세상이 건강하다. 일정한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침대 길이에 사람을 맞추는 격이다.

윤지를 가르치며, 사람마다 몰입하는 분야도 다르고 그 모양도 가지각색임을 깨닫게 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정이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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