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삼각김밥

그 시절 한 끼

우연히 아침 걷기 중에 보도블록 한가운데 떨어진 삼각김밥을 보게 되었다. 누군가 한 입을 베어 문 자국이 선명하였다. 누군가 한 입을 베어 물고 방심한 탓에 길바닥에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런데 떨어진 삼각김밥은 오뚝이처럼 서 있었다. 삼각김밥을 음미하던 누군가는 얼마나 갈등했을까? '삼각김밥 바닥만 빼고 먹으면 될까? 떨어진 지 3초 가 안 지났으니, 괜찮지 않을까?'

음식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나는 아마 몰래 먹었을 것이다. 나의 먹성이 더러움을 분명 이겼을 것이다.

  나에게 삼각김밥이란 특별한 추억의 음식이다. 아주 오래전 삼각김밥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누드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요리조리 둘러봐도 어떻게 까야할지 막막했다. 식욕이 시키는 대로 막 까다 보면, 김과 밥은 분리되어 있었다. 비닐 사이에 껴 있는 김을 빼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김 옷을 온전히 입고 있는 삼각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나에게는 최고의 한 끼였다. 약간의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던 나에게 라면만 먹기에는 항상 2%가 불편했다. 그 2%를 해결해 준 것이 삼각김밥이었다. 라면을 먹기 전, 한 입 베어 물면, 속이 편안했다. 마지막으로 라면 국물에 말아먹으면 완벽 그 자체였다.

  지금은 별미로 한 번씩 먹는다. 아직도 새우탕 작은 컵과 참치마요삼각김밥의 조화는 환상이다.

  갑자기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삼각김밥을 함부로 버리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배를 채워 준 적이 있느냐...'

작가의 이전글 끊을 수 없는 전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