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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동기, 무모한 투자

sns의 민낯, 본전에 대한 미련

40대 후반의 나이, 준비되지 않으면 비참할 수밖에 없는 노년의 삶, 열심히 일하고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거 안 먹으며 절약을 하며 저축하며 살았음에도 언제나 달랑달랑한 통장잔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 그리고 늘어나는 양육비, 80세 노모의 부양을 위해 생활비,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어두운 미래, 무리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부담스러운 이자.

특히, 20년째 환자, 보호자, 의사, 병원관계자 그리고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와이프. 결혼 전부터 나의 선택과 결정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와 준 아내의 힘들어하는 모습은 나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 실질적인 가장으로서 15년 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쉼을 주고 싶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고 싶었다. 넉넉치 못한 나의 벌이 때문에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없는 와이프에게 여유로운 삶을 선물하고 싶었다.


얼마 전까지 3교대 근무로 엄마의 사랑을 받을 시간이 없던 아이들에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게 해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와이프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와이프와 저녁을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존경받는 남편, 최고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던 나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유튜브, 책, 블로그, 틱톡, 인스타 등으로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들을 닥치는 대로 보고 또 보았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전자상거래였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마켓에 열심히 상품등록을 하고 주문관리와 광고도 했다. 한, 두 달은 매출이 상승하였지만, 정체기는 금방 찾아왔고 예상보다 빠르게 매출은 떨어졌다. 이 노력, 저 노력을 해도 별반 효과가 없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150만 원짜리 전자상거래에 관한 전자책을 결제했다. 밤을 새우며 전자책을 보고 또 보고, 시키는 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따라 했다. 몇 달간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매출이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으로 급상승했다. 이제는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와이프의 퇴직도 머지않아 보였다. 더 이상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인생에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성공의 단꿈은 얼마가지 않아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매출을 위해 최소로 설정한 마진율도 내 발목을 잡았다. 그 어떤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결국, 포기선언을 하고 술에 쩔어 살았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코인선물리딩방에 초대하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 주식리딩방에서 몇백만 원의 손실을 경험했던 나는 주식이나 투자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곧바로 삭제버튼을 눌렀다. 며칠 간격으로 같은 내용의 문자가 계속 왔다. 전자상거래의 실패로 열패감에 휩싸여 있던 나는 술김에 코인선물 단톡방에 입성하게 되었다. 주식이 아닌 코인이라서 괜찮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믿음과 뭔지 모를 호기심이 발동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코인선물에 대한 영상과 정보를 찾아보았다. 신세계였다. 레버리지를 통해 몇십, 몇 백의 수익을 손쉽게 가져갔다. 코인선물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며칠 동안 코인선물리딩을 지켜보았다. 하루에 여러 번 리딩은 이루어졌으며, 리더의 지시에 따라 코인선물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하면 달러로 환산이 되고, 그것을 담보 삼아 거래가 이루어졌다. 리딩의 결과는 대부분 수익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어쩌다가 손절을 하기도 하였다. 승률이 90퍼센트는 되는 것 같았다.


해 볼만하다는 생각에 100만 원을 입금하고 리딩을 따라가 보았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도지코인에 레버리지 50배로 투자하여 50만 원을 벌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쉽게 돈을 벌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얼떨떨했다. 몇 번 리딩을 따라가다 보니, 감이 느껴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혼매(혼자매매)를 해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공부방 수업 중간중간에, 저녁 식사시간에도 시도 때도 없이 투자를 했다. 매번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의 수익으로 마무리가 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더 많은 담보금을 넣어 더 큰 수익을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통장에 있던 500만 원의 여유자금을 모두 입금했다.


간이 커진 나는 레버리지 100퍼센트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더 큰 수익은 나에게 기쁨과 활력 그리고 행복을 주었다. 나의 희망회로는 무섭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운명의 그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저녁식사 중에 혼매를 진행했다. 도지코인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레버리지 100퍼센트로 계약을 했다. 그런데 하락의 정도가 범상치 않았다. 피가 마르고 심장이 벌렁거렸지만, 평소에 손실이 있어도 결국 수익으로 마무리했던 경험이 많았기에 버텼다. 손실을 버텼다가 수익으로 마무리했던 경험이 독이었을까! 결국, 내가 조금씩 모아 왔던 500만 원은 산산이 흩어졌다.


본전 생각에 잠도 안 오고 입맛도 없었다. 5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7년 동안 쓰고 노트북을 바꿀 수도 있는 돈이고, 냉장고도 바꿀 수 있는 돈이고, 아이들에게 나이키  신발도 사 줄 수 있는 돈이고, 우리 가족이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는 돈이었다. 그냥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정기예금에 있던 500만 원을 찾았다. 그리고 절대 혼매는 안 하고 리더의 리딩만 따르기로 했다. 혼매로 인한 아픈 경험은 나를 더욱더 조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리더의 리딩을 따르기로 결심한 첫 리딩에서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리더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비트코인은 미친 듯이 움직였다. 손실이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으로 늘어만 갔다.


리더는 손절을 지시했다. 곧바로 소리소문 없이 잠수를 탔다. 그동안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원금을 복구할 수 있다고 동기부여하던 그는 사라졌다. 1000만 원의 투자금 중 200만 원만 덩그러니 내 손에 남겨졌다. 참담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었다. 삶에 아무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본전 생각만이 나의 모든 것을 지배했다.

영혼 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투자로 잃었으니, 투자로 다시 원금회복을 해 보자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나의 마음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은 투자처 중에서 그래도 주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권의 책을 사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책을 읽다 보면, 주식에는 패턴이 있고 잘만 투자하면 모두 돈을 벌 수 있다는 긍정적인 얘기뿐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90퍼센트 수익 중이었던 엔비디아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2000만 원의 시드머니를 마련했다. 우선은 조심 또 조심하며 300만 원만 국내주식에 투자를 했다. 주식은 안전했지만, 수익률은 너무나 저조했다. 한 달, 두 달을 기다려도 제자리걸음이었다. 다시 본전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조급증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결국, 3곳의 국내주식 리딩방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름 신중한 투자를 위해 3곳의 리딩방을 한 달 동안 비교 분석했다. 그중 수익으로 가치를 증명한 곳을 골라 240만 원의 수수료 내고 6개월 동안 리딩을 받기로 했다. 첫 한 달은 150만 원의 수익을 올렸고, 다음 달에는 17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뭔지 모를 목마름이 있었다. 나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고, 주식수익률이 너무나 못마땅했다. 이래서 언제 본전을 채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틱톡을 보다가 눈에 꽂히는 영상이 있었다. 으리으리한 집에 고가의 가구들 최신 슈퍼카, 그리고 실시간 투자수익을 보여주고 있는 컴퓨터 화면..."저는 31살에 100억 자신가 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돈욕심이 없습니다. 이제 누군가가 부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꼭 절실한 분만 댓글로 카톡 아이디를 남겨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처음에는 그려려니 했다. 컬러베스효과 때문인지, 이 영상이 반복적으로 내 눈에 띄었다. 특히, 능동적인 투자를 위한 교육을 해준다는 내용과 당신이 원하면 연락하라는 고자세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의 투자로 지칠 대로 지쳤있던 나에게 다시 한번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본전에 대해 갈급했던 나는 카톡 아이디를 남겼다. 며칠 뒤에 켈리황으로부터 톡이 왔다. 켈리황은 아무나 뽑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절실한 사람만 뽑는다고 했다. 나는 여러 번 켈리황에게 나의 절실함을 구구절절 톡으로 남겼다. 그렇게 합격통지를 받고 1 기수와 2 기수 통합방에 입성할 수 있었다.

신세계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너무나 좋은 분위기가 의아했다. 나의 궁금증은 그날 바로 풀렸다. 켈리황의 항상 이기는 리딩과 연속적인 수익 그게 핵심이었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모두 긍정적이며 밝은 이유였다. 켈리황은 주중에 매일 1번씩 미니나스닥 리딩을 해주었고, 2주에 한 번씩 텔레그램을 통해 교육영상을 업로드해주었다. 아낌없이 주는 켈리황을 사람들은 켈신, 켈멘, 켈황제이라는 애칭으로 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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