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우리 국민들은 로또의 광풍 한가운데 있었다. 로또 1등이 나오지 않고 계속 당첨금은 이월되었다. 자그마치 400억이 넘는 금액이 쌓이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학원 알바를 하는 너무나 배고픈 대학원생이었다.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서 택한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였다. 다행히 장학조교라서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여 내가 쓸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래서 알바를 구한 것이 중형학원 사회선생님이었다.
그 당시, 아르바이트비는 지금에 비하면 너무나 적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즐거움과 장학조교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기에 만족했다. 하지만, 풍족한 생활에 대한 동경은 숨길 수 없었다.
어느 날, 동료선생님 중 한 분이 로또용지를 수십 장 들고 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로또 이월 금액이 400억이 넘었는데, 다 같이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로또 당첨확률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마치 나는 로또 당첨번호라도 알고 있는 사람처럼 헛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우선, 집에 빚을 갚고 장학조교를 때려치우고, 차도 사고, 해외여행도 가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기부도 좀 하고...
돈이 넘쳐난다고 생각하니,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다. 그렇게 실체 없는 행복감으로 1주일을 보냈다.
마침내, 결과가 발표되고 숫자 하나 맞지 않는 꽝이었다. 그날, 속상한 마음에 술을 옴팡마셨다. 마치, 내 돈을 뺏긴 듯한 마음이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순진했던 나는 현실과 이상을구분 못했던 거 같다. 아니,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사람이란 존재는 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참 감성적이다.지금도 가끔 로또를 사며, 일주일을 행복한 상상으로 보내본다. 헛된 희망도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