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이 신박한 요리 예능에 대한 열기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나는 이 프로에서 보이는 '평가'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백종원과 안성재의 평가 기준은 같은 듯 다르다. 그들은 음식의 맛, 창의성, 재료의 활용도, 전하려는 의도, 요리 테크닉 등 다양한 요소를 기준으로 두고 평가한다. "오로지 맛 만을 보겠다"라고 말해도 실제로 맛만 고려할 수는 없다. 하나의 요소를 중점에 두되, 다양한 것을 종합해 보는 것이다. 중점 요소는 심사위원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백종원과 안성재는 각각 '맛'과 '완성도'를 좀 더 중시하는 듯 보인다. 그들의 백그라운드도 여기 잘 부합한다. 아마도 이들은 각각 맛, 완성도로 대변되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심사하기 위해 투입됐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평가에 돌입했을 때, 둘은 매우 다채로운 기준을 활용한다. 이 기준은 개별 요리에 따라 즉석에서 소환된다.
예를 들어 '오겹살'을 주제로 한 요리에서 껍질의 처리 여부를 고려하는 백종원의 심사 방식은 맛에 치중된 것도 아니고, 대중 요리를 지향하는 그의 스타일에 맞추어진 것도 아니다. 이것은 심사하는 요리에 따라 즉석에서 발굴된 심사 기준인 것이다.
그러니까 '평가 기준'은 심사위원의 배경과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이것은 개별 심사에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며 요동친다. 그래서 평가가 재밌는 것이다. 평가자의 굳은 기준을 뒤흔들고 변화하게 만드는 작품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영화 평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는 맛(영화의 쾌감)을, 누군가는 창의성(영화의 새로움)을 중시한다. 또 누구는 재료(캐스팅), 테크닉(연출력)을 보고 누구는 요리사(감독)의 의도가 얼마나 잘 전달됐는지를 본다. 예술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각자 중시하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평가가 어려운 것은, 잘 짜인 채점표로 도무지 측정할 수 없는 작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흐릿한 그물망을 헤집는 영화는 때때로 나타난다. 그런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에, 평가자의 그릇은 깨어지고 세계는 확장된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기준표를 갖고 있다 한들 평가는 늘 버겁다. 희미한 세계는 자주 흔들리고 타격당한다. 아무리 실력 좋은 요리사라도 남을 평가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러나 이런 괴로움과 곤란함이 또한 평가의 즐거움이고, 이런 순간을 위해 평가자는 존재한다. 이 과정을 언어로 남기는 것이 평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