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불과 재>에 관하여
※ SBS의 '스브스프리미엄'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에 시작된 시리즈가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그러니까 아이일 때 만난 이 시리즈는 이제 사회인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무슨 소리냐고?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 3') 이야기다. 방대한 이야기, 드넓고 황홀한 세계관을 그리는 데 정평이 난 제임스 카메론. 그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이번 작품의 러닝타임은 무려 200분(정확히는 197분). 3시간 하고도 10분이 넘는 시간이다.
하지만 <아바타 3>에 대한 평가가 썩 좋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로 산만한 전개와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가 지적된다. 반면, 비주얼은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기념비적인 텐트폴 영화가 어째서 스토리의 차원에서 자꾸만 지적받는지에 관해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썼다. 여러 성취에도 불구하고, 대체 <아바타 3>의 스토리는 어떠한 측면에서 부족한 것일까? 아래부터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다.
<아바타> 시리즈는 처음부터 꾸준하게 '다양성'의 가치를 말해 왔다. 이 영화는 결국 공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 '네이티리'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판도라 전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다.
<아바타 3> 역시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 최근 미국의 갈등을 의식하듯 "피부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다양성에 대한 포용은 신비한 생명체 '톨쿤'으로 확산하며 종을 뛰어넘는다. 모든 생명의 가치를 끌어안는 것이 <아바타 3>의 방향성이다.
하지만 영화의 태도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아바타 3>에서 제이크와 그의 부족은 크고 작은 전투에서 그들이 타고 다니는 동물을 잃는다. 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동물들은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희생당한다. 그런데 영화는 이런 순간을 그리는 데 별다른 주저함이 없다. 인간을 넘어 톨쿤에게까지 번진 연민은 어째서인지 이름 없는 동물에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바타 3>는 사실 장르적으로 '전쟁 영화'에 가깝다. 영화는 "싸우자" 혹은 "죽여라"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내뱉으며, 적을 물리치는 과정의 쾌감을 관객에게 부지런히 전달한다. 다른 생각, 다른 종족과의 화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만일 이 영화가 전쟁 영화를 표방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하면서, 적들을 죽이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전쟁 영화는 얼마나 모순적인가.
또한 <아바타 3>는 악역을 맡은 망콴족을 그리면서 고전영화에 등장하는 '못된 인디언'의 스테레오타입을 반복한다. <아바타> 시리즈는 1편부터 오리엔탈리즘을 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덜 발달한 문명의 나비족을 신비화하는 방식이 그러하다. 그러니까 다양성을 강조하면서도, 이 영화는 사실 제3 세계를 대상화하는 시각을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러니 묻게 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아바타 3>의 태도는 얼마나 진정성이 있냐고. 혹시 영화 안에서 전쟁을 펼치기 위하여 다양성을 끌어오는 것은 아닌가? 여전히 백인 남성과 나비족 여성, 혹은 판도라 행성의 이름 없는 생명들이 서로 다르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카메론은 <아바타> 1편부터 '침략과 저항'의 스토리를 반복하고 있다. 등장하는 부족이 바뀌고, 캐릭터가 많아져도 결국 하는 이야기는 이것으로 수렴된다.
<아바타> 1편은 '공격과 방어'를 줄기로 하면서도 영화에 여러 레이어를 입혔다. 판도라 행성에 처음 입장한 순간의 생경함과 경외, 나비족만의 질서를 학습하는 과정의 즐거움, '토루크 막토'를 통해 만들어내는 반전까지. 반면 2편과 3편은 영화 속 공간을 확장하고 종족을 늘리지만, 그 안에서 관객이 경험하게 되는 스토리는 오히려 단편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긴 러닝타임은 의미가 없다. 관객은 영화의 시간이 아니라 전개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이미 익숙한 전개 속에서 시간이 길어질 때 관객은 오히려 지루해한다. <아바타 3>의 실수는 세계관의 확장을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의 측면에서 주력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아바타 3>는 여러 성취를 거두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적 쾌감이 적지 않고, 각종 시각효과와 기술로 만들어낸 세계는 때때로 경이롭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휘황찬란한 스크린 앞에서 나는 영화의 근간은 서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는 AI까지 가세하며 상상하는 온갖 것을 시각화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세대 가장 화려한 비주얼을 선사하는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 앞에서 스토리를 고심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반짝이는 판도라 행성에서 관객은 묻고 있다. 어떤 광경을 보여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냐고.
원문 https://premium.sbs.co.kr/article/z7yfRc3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