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이민 간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아니다. 주인공이 한국인인 것과 별개로, 영화의 정서는 충무로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외국 관객들은 '한국'의 모습을 담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한국 현지에서 바라보기에 <미나리>는 확연히 이질적이다. 이민 2세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이 있는지 따위의 관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한국의 토지에서 생산되는 영화들과 얼마나 결이 다른지를 강조하고 싶다.
느린 속도로 또박또박 전달되는 한국말. 신기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화투패. 한국 할머니의 정다움과 유쾌함.
여기 등장하는 '한국적'인 요소들은 내가 느끼는 한국과 또 다르다. 그것은 '어린 아이가 타지에서 감각하는 한국'의 모습에 가깝다.
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눌하다 못해 웃긴 한국말처럼 단순히 '어색하다'는 차원의 문제도 아니다. 그 옛날 아칸소에서 접한 한국의 조각들이, 2021년에 한반도에서 체감한 한국과 너무도 다를 때 느껴지는 이질감. 그 이질감과 괴리가 관객을 당혹시킨다.
<미나리>는 경계인의 영화이며, 외국 관객들에게도 그렇듯 우리에게도 외국 영화이다. <미나리>의 주인공과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동양적인 외관과 한국말밖에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서와 태도, 그것에 덧입히는 감성이 전부 충무로와는 다르다.
그러니 닮은 듯 다른,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마음가짐으로 <미나리>를 감상한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민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사회도 무수히 다루어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접했던 익숙한 문법을 찾고 거기에 감정이입을 하려고 한다면, 도전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크다. 대신 내가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색적이고도 아름다운 체험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