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그리움대로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지난해 이맘때쯤이 생각난다. 그러니까 지난해 연말. 그때에는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아직 내게 다가오지 못한 것들. 내가 갖지 못한 것들. 그때 내 고개는 내일을 향해 있었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있었던 그때의 내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손에 넣은 게 없어서 허전하지만 깨끗했던, 백지와 같았던 나. 불안하지만 기대에 차있었던 나.

한 해가 저물어가며, 나는 어쩐지 어제를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그리움을 느꼈다.

뭐가 그리운 건지도 모른 채.

그 시절? 그 시대? 과거의 나? 내 곁에 있던 것들?


자꾸만 괴로워진다. 내 안에서 몸을 떨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작고 단단한 그리움. 하지만 나는 너를 도와줄 수가 없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듯이. 이 감정을 어떻게 할지 몰라 잊으려고도 해보고, 해소하려고도 해보고, 분석해서 해체하려고도 해봤다.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을.

줄이려고도 키우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그 모습 그대로 가만히 두어야 하는구나. 그리고 짊어져야 하는 짐이 아니라 내 몸의 팔이나 다리처럼, 있는지도 모르지만 거기 있는 나의 일부처럼, 그렇게 편안하게 바라봐야 되는구나. 우리 집 어느 방에 항상 있는 오래되고 친근한 가구처럼. 그러다 가끔씩 찌르르하면, 그렇구나 해야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눈 오는 밤. 감정들. 늘 새롭고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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