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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Feb 18. 2023

① 관객들이 달라졌다

[최근 극장가 관객들의 성향이 이전과 무언가 다르다는 말은 수다 자리나 술자리에서 화젯거리로 종종 오르내리고는 했다. 하지만 그 현상을 어떻게든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글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설프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① 기존 관객들의 성향과 변화를 설명하고 ② 달라진 관객성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고 ③ 아카데미 시즌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에 대한 흥행을 예측하는 순으로 글을 올리려고 한다.]



최근 극장가 관객들의 경향성이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그런 변화가 감지되었는데 '이건 뭔가' 싶었던 느낌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여태 극장가의 '흥행 요소'를 추려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 물론 이건 나의 생각.

 

① 영화의 규모(블록버스터인지 독립 영화인지,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지 등)

② (마블, 디즈니 등) 인기 시리즈인지 여부

③ 배급사 파워와 홍보

④ 작품성

⑤ 알 수 없는 우주의 기운


예를 들어 5년 전인 2019년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보자.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1. <극한직업> 관객수 1626만

2. <어벤져스: 엔드게임> 〃 1393만

3. <겨울왕국 2> 〃 1337만

4. <알라딘> 〃 1255만

5. <기생충> 〃 1009만

6. <엑시트> 〃 9426만

7.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 802만

8. <백두산> 〃 629만

9. <캡틴 마블> 〃 580만

10. <조커> 〃 525만


극장가 호시절 이끌던 <극한직업>, <겨울왕국 2>, <조커> 스틸컷


천만 영화가 5개나 등장한 진정한 호시절이었다. 코로나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저 때는 한국영화 시장의 규모 자체가 성장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런데 지금 보면 코로나 이전이기도 하지만, 당시 영화들의 폼이 미쳤던 때이기도 하다.


마블 시리즈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자체 기량 최정상을 찍었고, 디즈니가 효자 상품인 '겨울왕국'의 두 번째 시리즈와 수작으로 평가받는 뮤지컬 영화 <알라딘>을 냈다. 한국 영화판을 봐도 고루 기량이 좋은데, 본격적으로 한류의 시작을 알린 <기생충>, 작품성과 흥행성을 버무리는데 탁월한 감각이 있는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아직까지도 꽤 준수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엑시트>가 줄줄이 개봉했다. <조커>는 평단의 평가는 갈렸지만, 작품성 있는 외화를 찾는 관객들을 야무지게 사로잡았다. 그러니까 지금 극장가의 고전은 영화 자체의 기량에도 원인이 있다. 그렇다 쳐도 <백두산>이 600만 넘긴 것을 보면 진정 훈훈했던 시절이긴 하다.

10대 흥행작을 살펴보면 앞서 말한 대로 작품의 규모, 브랜드, 배급과 홍보, 작품성 등이 고루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계+인> 스틸컷

물론 이 요소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다만 최근부터, 특히 지난해부터 무언가 다른 변수가 끼어들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예를 들어 이 기준에 비춰봐도 무난한 흥행이 예상되는 <외계+인>(2022)의 참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외계+인>의 관객수는 154만으로, 지난해 흥행 순위 18위를 기록했다. 반면 코미디 영화 <육사오(6/45)>는 관객수 198만을 기록하고 흥행 순위 16위를 찍었다. <헤어질 결심>(관객수 189만, 흥행 순위 17위)을 넘어선 스코어다. 기존에도 상영작 사이의 대진표, 사회적인 이슈 등에 따라 의외의 스코어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런 사례가 더 자주, 강하게 나타난다. 관계자들이 머리를 갸웃거리는 상황이 많아지는 것이다.


<외계+인>의 흥행 실패에 대해 혹자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악평의 탓을 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이 기묘한 현상을 적확하게 설명해내지는 못한다. 게다가 이런 분석은 흥행 실패작에 흔히 따라붙는 꼬리표이지, 관객성을 짚는다고 보기도 어렸다. 당시 나는 "관객들은 예상을 벗어난 장르물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으며, 예상한 쾌감을 안전하게 전달받기를 원한다"라고 했다(https://brunch.co.kr/@comeandplay/754). 하지만 이 역시도 완전한 해석이라 보기 어다. 지금 극장가의 달라진 현상은, 관객층 전반에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성에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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