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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an 07. 2024

한숨 돌리고 올리는, '2023년 해외영화 베스트'

한숨을 돌리고 올렸다 말하고 싶지만 실은 한 템포 늦은, 새해가 시작된 후 올리는 2023년 해외영화 베스트.  씨네21 필진들의 전체 리스트도 함께 올립니다. 씨네21 홈페이지에서 퍼왔어요.  


언제나 그랬지만, 올해도 역시나 다른 리스트를 보며 흥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디스가 아니라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어떻게 이 영화를 베스트에서 뺄 수가 있지?"라는 의문이 들어요. 그런데 저는 이번만큼은, 애써 다른 이들의 리스트를 이해하지 않으려 합니다. 좀 이상한 말일지 몰라도,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단절'을 유지하고 싶어졌어요. 우리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양보와 합의가 절대 불가능한 나만의 리스트. 그것이 비평의 은밀한 묘미가 아닐지요. 자, 그럼 홍수정의 2023년 해외영화 베스트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2023년 해외영화 베스트


1위<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한 줄 평 : 생애와 작품을 집대성하는 거장의 아름다운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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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애스터로이드 시티>

'애스터로이드 시티' 스틸컷

한 줄 평 : 회화, 사진, 연극, 혹은 그림책.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 그곳에 그어진 선에 도전하는 웨스 앤더슨. 



3위. <파벨만스>

'파벨만스' 스틸컷

한 줄 평 : 스필버그는 어떻게 영화 그 자체가 되었는가. 창작자의 삶에 스민 영화를 영화적으로 보여준 사례.



4위. <괴물>

'괴물' 스틸컷

한 줄 평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는 어떻게 영화로 드러나는가. 자신의 영화적 세계의 새 지평을 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바야흐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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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애프터썬>

'애프터썬' 스틸컷

한 줄 평 : 기억과 감정을 더듬는 영화의 모범 사례. 


※ 총평

2023 베스트를 꼽으며 <애스터로이드 시티>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실로 놀라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4편의 단편(<독>, <백조>, <쥐잡이 사내>,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모두 그렇습니다. 최근 들어 웨스 앤더슨은 사진, 연극, 영화 매체의 경계를 관통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웨스 앤더슨을 두고 단순히 색감과 유려한 동선을 언급하는 것은 철 지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제게 웨스 앤더슨은 작가라기보다 미학 엔지니어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2024년의 앤더슨이 기다려집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1위에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게, 그러니까 이 영화를 거장의 마지막 유언으로 받아들인 제게 <그대들은>은 단순히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여기에는 그간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모든 작품들이 겹겹이 비춰 보여요. 마치 여러 겹의 유리를 겹쳐준 것처럼요. 무수한 걸작들을 만들어낸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런 말을 남기다니(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전생애에 걸친 필체와, 고민, 과감한 결론까지 담아낸 <그대들은>은 영화 그 이상이라고 느껴지네요. 


이어지는 <파벨만스>, <괴물>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작품이고 <애프터썬>은 강렬한 데뷔작이라, 지난해 해외영화 베스트를 꼽으며 행복했습니다. 


한국영화 베스트를 꼽지 않은 이유는 다른 글에서도 설명했는데, <괴물>을 제외하고 딱히 리스트에 올릴 작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해의 '베스트'에 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5위 안에 드는 것을 넘어, 그에 어울리는 자질과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래는 씨네21 필진들2023년 해외영화 베스트 리스트입니다.

출처 : 씨네21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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