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구원하는 인턴 일기 3
인턴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 입사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서류인 '근로계약서'에 자세히 쓰여있다.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은 12시부터 1시까지. 월 급여는 130만 원. 인턴으로서 내 역할이 정확한 숫자들로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 회사생활은 근로계약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바쁜 시기엔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더 일찍 와있던' 선배들을 돕기도 했고, 6시를 훨씬 넘겨서 퇴근한 날도 많았다. 팀에 사람이 부족할 때는 2박 3일 워크숍을 따라가 하루 종일 일을 하기도 했다.
대학에 다닐 때는, 9시부터 6시까지만 근무하는 것도 엄청나게 길고 고통스러울 줄 알았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짧았고, 그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첫 한 달 동안은 인수인계를 받아 적어 놓기 바빴다. 이메일을 처리하는 법, 전화받고 응대하는 법, 엑셀로 자료를 만드는 법 등 완전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했다.
간단한 워드나 엑셀 작업 하나 끝내는데도 몇 시간씩 걸렸다. 완성해서 선배에게 보여주면, 항상 피드백이 따라붙었다. 여긴 이렇게 수정하고 저긴 저렇게 수정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다시 수정해서 가져가면 이번엔 테두리가 한 군데 빠져있다거나 모양이 예쁘질 않아 다시 다듬는데 또 시간이 걸리곤 했다.
저번 주에도 대리님이 업무를 주셔서 엑셀 자료를 정리해서 드렸다. 이번엔 어떤 피드백이 들어올까 하고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는데, 대리님은 자료를 확인하시더니 이렇게 말해주셨다.
완벽해, 고마워.
그동안의 고생이 확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피드백을 매번 받다 보니, 대리님이 어떤 디테일을 원하시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고, 이젠 한 번에 통과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나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인턴에게 이렇게 멋진 칭찬을 해주시는 대리님에게도 감사했다.
웃으며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다시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시작했다. 그 날은 키보드를 누르는 타닥타닥 소리마저 경쾌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선배는 회사를 다닐 맛 나는 곳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