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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전호 Nov 07. 2016

라테에 샷 추가

별 것 없는 이야기

보통 카페에 가게 되면 어떤 음료를 드시는지요?

저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카페를 가기 때문에(저희 집 고양이들은 제가 집에서 원고를 쓰는 걸 몹시 싫어합니다. 노트북을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자판을 할퀴기 시작하면 전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거든요) 매번 카페에 들어서면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점원의 질문을 받게 됩니다. 

뭐 이건 당연한 거죠. 카페에 갔으면 적어도 뭔가를 마셔야 하니까요. 이건 곁가지 이야기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카페에 가면 “뭘 마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마 이제는 대부분의 카페들이 음료 말고도 간단한 간식거리(가끔은 식사로도 충분할 정도의)를 함께 판매하기 때문 일거라 혼자 생각해봅니다. 

말 그대로 샌드위치를 “마실 순” 없으니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는 대부분 카페라테를 마십니다. 종종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입안의 텁텁한 우유 향이 남는 카페라테를 더 즐기는 편이죠.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그냥 라테를 주십시오,라고 합니다. 그러니 저희 집 앞 카페의 점원은 제가 가면 물론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긴 하지만 당연히 제가 라테를 마시겠지 라고 생각을 할 겁니다. 추측이지만 확실해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은(너무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이라던가) 제가 다른 음료를 주문할 때면(예를 들어 생과일주스나 스무디를) 다시 한번 제게 주문을 확인합니다. 제가 맞습니다,라고 말해도 점원은 끝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은 분명 카페에 오면 항상 라테를 마셨다고요. 갑자기 다른 음료를 마시는 건 반칙 아닌가요?, 라는 표정으로 절 바라봅니다. 그러면 저는 난감해지죠. 그냥 라테를 마실걸 그랬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불편함으로 다른 음료를 마시느니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이미 카페인으로 가득 찬 몸에 다시 라테를 마시는 것이 나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점원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며 하고 맙니다.


라떼라는 커피가 쉽게 말해 커피 에스프레소와 뜨거운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이기에 만들기가(제가 보기엔) 어렵지 않고, 또 제가 우유 거품으로 멋진 무늬를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라테아트를 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맛에 있어서는 실패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는 그렇게 맛이 민감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시는 라테가 싱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갑자기 말입니다. 어제까지 마셨던 똑같은 라테인데도 ‘어. 이상하네. 왜 이렇게 싱겁지? 전혀 커피 맛이 안 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이건 불현듯 찾아와서는 저를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미각이 변해버린다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니까요.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 내 몸에 일어나버렸으니 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요. 

보통 라테에는 에스프레소가 투샷 들어갑니다. 그런데 투샷이 들어간 라테가 싱거워지기 시작하자 전 할 수 없이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라테에 샷 추가해서 주세요.”라고 주문을 합니다. 그러면 다시 점원은 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죠. 참… 커피 한 잔 마시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나온 샷이 추가된(에스프레소가 무려 세 샷이나 들어간) 라테가 입맛에 맞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그래도 적어도 지금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군, 이라는 인식은 제게 심어줍니다. 상당히 맛이 강하거든요.

어쨌든 저는 오늘도 샷 추가된 라테를 마십니다. 

그러니 긴 생머리에 약간 탕웨이를 닮은 저희 집 앞 카페의 점원님, 저를 의심의 눈초리를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전 이상한 사람은 아니랍니다. 정말이요.


*어린 시절 어머니는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면서 커피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 말대로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 왜 이러죠? 어머니 대답해주세요.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을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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