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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전호 Dec 19. 2016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별 것 없는 이야기

티브이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는 누구의 딸이야.”

“누구의 아들이라고.”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왜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걸 자랑하는 걸까.

그리고 그걸 보면서 우리는 왜 부러워할까.

차라리 난 비빔면을 잘 끓입니다, 라든지 난 닭발을 먹을 줄 알죠, 혹은 스무 살이 되니까 뜨거운 가지 요리를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라는 걸 자랑하면 안 될까? 난 차라리 그런 말이 더 멋있어 보인다. 그건 적어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일 테니.


요즘 재벌 2세, 3세들의 여러 가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야깃거리다.

(거기다 비선실세니 어쩌고 저쩌고 까지)

본질적으로 난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나완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그들이 가진 것이 딱히 부럽지도 않고, 그들의 삶을 살아보고 싶지도 않다. 굳이 생각해보라고 한다면야 ‘음. 상당히 피곤하겠군.’ 정도다. 자신의 삶의 모든 게 이야깃거리가 되고 주목받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곤한 일이다. 만약 신문기사에 <합정동의 최전호씨 어제 편의점에서 초코바를 사 먹고 다소 부족한 땅콩 함유량에 대해서 한마디…> 따위의 기사가 나온다면 음… 역시나 피곤하다.


나는 오늘도 별 일 없이 산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걸 하나씩 늘려가고 또 그것들로 충분히 넉넉하다.

읽는 책을 한 권씩 늘려가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늘려가고,

당신과의 소중한 시간들을 쌓아가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나는 타인을 빌어 나를 설명하기보다는 나만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게 별 볼일 없고 시시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린 다 시시한 사람이니까.

적어도 삶이 적당히 시시해야 집 앞 편의점에서 마음 편하게 초코바를 사 먹을 수 있을 테니.

안 그런가요?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을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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