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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Feb 05. 2022

그런데 출간 제의가 왔다.

초보 작가, 웹소설 출간 계약을 맺다

"출간 제안 드립니다. 저희 출판사와 계약하시죠."


메일을 보고 한 5분 쯤 벙쪄 있었던 것 같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항상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웹소설 출간제의, 나도 받았다. 웹소설 작가가 된 지 한달 반 만에.

자,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 나는 웹소설 시장에 뛰어든 지 현재 시점 두 달이 된 초보작가로, 첫번째 작품을 시시한 반응 속에 마무리한 바 있다. 그리고  두번째 작품을 시작함과 동시에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다. 그러니까 앞으로 소설을 완결까지 써서 출판사에 제출하고 그것을 이북 형태로 출간하는 과정을, 이제 막 시작했다.  세세하게는 교정이나 표지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그런 디테일은 앞으로의 포스팅에 자세히 풀기로 한다. 일단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1.나는 어떻게 해서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는가
2.웹소설을 쓰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가
2.나는 어떤 경로로 계약에 이르게 되었는가, 이렇게 세 가지이다.

감격과 정보전달이 잘 어우러진 포스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첫번 째 테마부터 이야기 해보겠다.

1.나는 어떻게 해서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는가?-원래부터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순수한 취미로 '2차 창작' 블로그를 1년 여 운영해오고 있었다. 2차 창작이란 원전이 있는 컨텐츠의 팬픽션이나 팬아트를 창작하는 일을 널리 일컫는다. 즉, 나는 기본적인 인물이나 캐릭터가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허구의 세계에서 춤추게 하고 꿈꾸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글짓기를 제법 해봤다는 소리다.1차를 써본 적이 없을 뿐, 어느정도 창작의 습관도 들어 있었고 완결에서 오는 쾌감도 잘 알고 있는 그런 상태였다.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2차를 떠나 1차 창작을 해보자,라고 결심한 건 올 여름의 일이었다. 2차 판에서 내가 만들어 낸 캐릭터들이 점점 '본체'와 괴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캐릭터 해석을 독특하게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2차 판을 잠시 접고 첫 소설의 시놉시스를 쓰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작법서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삘 받는 대로 '보고 싶은 장면을 위해 달려가는' 소설쓰기를 했기 때문에 글에 짜임새가 없었다. 그 결과 여름 내리 개고생을 했다.


나의 첫 1차 창작 소설은 미성숙한 서사를 가지고 태어나 나중에 가서야 이야기의 결을 가졌다. 그래도 아낀다. 이걸 가지고 추석 연휴가 끝나고 처음으로 무료 연재처에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지금은 살~짝 역주행에 성공해서 꽤 많은 사람이 읽어줬다. 영영 심해에 묻히지는 않아 다행이다. 진심으로.

2.웹소설을 쓰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가?
-웹소설 연재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9시부터 6시까지 직장에 붙들려 있는 직장인 작가인 관계로 새벽 3시, 4시까지 퇴고를 하며 주에 3회 이상 원고를 써냈다. 주말은 고스란히 글에 상납했다. 잠이 모자라 헤롱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는 이런 물리적인 시간부족, 수면부족에서 오지 않았다. 오직 '독자의 반응'에서 왔다. 처음에는 조회수 저조, 나중에는 선호작(좋아요 갯수라고 생각하면 된다)저조, 추천수 저조에서 골고루 스트레스를 받았다. 행복할 때는 독자들이 내가 공들여 쓴 대목에 감탄해 주었을 때, 복선에 충실히 낚여 주었을 때였다. 코멘트만큼 날 행복하게 하는 건 없었다.

그렇게 대략 40여 편을 한달 반 동안 연재했다. 첫 작품에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 차기작을 구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업 작가가 되리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직 더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내가 만들어 낸 캐릭터들을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면, 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불도저처럼 밀어부쳐 완결을 냈다. 마지막 문장을 쓰고 업로드를 마쳤을 때, 새벽 내도록 울었다. 내가 만들어 낸 이 인물들을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게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1차가 적성이구나. 내가 만든 인물들을,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3.나는 어떻게 계약에 이르게 되었는가?
-그렇게 아쉬움과 애틋함 속에 첫번 째 작을 떠나보내고 곧장 두번 째 작을 개시했다. 겨우 두번 째였지만, 어떻게 보면 이미 두번 째였다. 글쓰기도 중독성이 있는지 내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인물들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 어떤 사랑도 해낼 수 있다는 점에 나는 상당히 도취되어 있었다. 그래서 기존에 널리 알려진 세계관에 나만의 요소를 접목시켜서 두 화를 업로드했다. 그리고 왔다, 소위 컨택이라는 것이.


단 1퍼센트의 기대도 없었다. 첫번 째 소설이 미적지근하게 끝나기도 했고, 두번 째 소설 역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몇백 명이나마 무료로 내 소설을 읽으며 재미있어해주길 바랐고 기다려주길 바랐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출간 제의로 나는 많이 행복해졌다. 그 감격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내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지만 나 혼자 어두운 동굴 속에서 보던 그림을 바깥 세상에 펼칠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담당 편집자를 만나 계약조건을 설명받고, 업계의 표준 약관대로 계약을 맺었다. 현재 표지 작업 중이고 원고 인도 날짜를 정했다. 앞으로 한참을 써나가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외롭지 않다. 쓴소리를 듣든 단소리를 듣든 기대가 된다. 나는 초보니까. 이제 첫 책을 펴내는, 의욕에 넘치는 비기너니까.


오늘도 나는 여섯 시 퇴근 후 스터디 카페로 향한다. 내 글 속의 그들을 만나러 간다. 때로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날 애먹이고, 때로는 날 눈물짓게 하고, 자랑스럽게 하는 그들. 세상에 내보낼 때까지, 많이 사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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