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18개월에 단유를 했다.

사실 나는 단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더 줌.

by 꼬메뜨


아이를 낳고 단유계획을 세우기는 했었다. 4월에 원하는 보육원에 등록이 완료되면 3월까지는 단유를 할 생각이었다. 보육원의 합격 여부는 2월 말에 나왔는데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에 보육원이 떨어진 건 너무나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피난도 올 수 있었고.


보육원도 안 됐고 토니와도 한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기 때문에 예정과 다르게 모유수유를 더 하게 되었다. 돌 때쯤 무렵부터 이상하게 이유식도 거부하고 돌 되서부터는 간을 해서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잘 안 먹는 날이 더 많은 우리 아기는 젖병도 안 물어, 우유도 싫어, 분유도 안 먹는 아기였다. 오로지 내 가슴에 파고들어 먹을 때만 행복한 얼굴로 열심히 먹어주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나는 아기가 행복하게 빠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친정엄마나 시어머니는 언제까지 젖을 줄 거냐며 핀잔을 주곤 했다. 보통은 시댁에서 지냈지만 한 달 정도씩 친정에 지내다가 오기도 했는데 엄마는 매번 아직도 젖을 빨면 어떡하냐고 했다.


가족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아기를 보다 보면 허리가 아프거나 골반이 아플 때가 많아 가끔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통증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다가 아직 모유수유를 해서 자세가 안 좋을 때가 많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아직도요?"라는 반응으로 되물어본다. 누군가는 왜 아직도 주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는데 난 한결같이


아기가 좋아하고, 저도 너무 행복해서요.



라고 대답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저번 달부터 생리가 아닌 하혈이 나올 때가 있어 산부인과를 방문해 보았는데, 피검사나 조직검사를 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서 염증일 수 있으니 우선은 항생제부터 먹어보라 처방을 받았었다. 그때는 처방받은 약을 먹지 않고, 며칠 후 피가 금방 멈춰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이번 달에 꽤 늦은 생리를 한 후 또 하혈이 시작됐다. 아기가 고열로 입원을 이틀간 했었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가지 못하고 또 며칠 후에 멈추겠지라며 일주일을 그렇게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도 하혈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양이 많아지자 걱정이 되어 다른 병원으로 가보았다.


초음파를 통해 보니 작은 물혹이 보이니 절제를 하면서 조직검사를 다시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한다. 다행인 건지 이틀 후로 수술 날짜가 잡혔고, 수술하는 날과 동시에 단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버렸다.


수술은 다행히 아침 이른 시간으로 예약이 되어 오전에 일어나자마자 수유는 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수술만 끝나면 다시 수유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오늘 엄마가 수술하러 가니까 많이 먹어.
내일부터 며칠간은 못 먹을 수도 있어. 미안해.


이제부터 안 줄 거다가 아니라, 다시 줄 거야라는 뉘앙스로 수유를 끝내고 수술을 하러 갔다. 18개월 된 우리 아가는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자신이 만족할 만큼 먹고 젖을 떼주었다.


병원에서 수술 설명을 듣다가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었다. 수술은 간단하게 끝나지만 수술 후에 5일간은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는 것.


"저... 아직 모유수유 중인데, 약 다 먹은 후에는 다시 줘도 될까요?"라고 간곡히 간호사 분께 여쭤보았는데...


"약을 다 드시더라도 약 기운이 보통 2,3일은 남아있어서 안 주시는 게 좋아요. 18개월이면 이제는 단유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말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당장 내 눈앞에 닥친 수술보다 단유 걱정이 앞섰다. 우리 아기한테 다시 줄 거라는 희망을 주고 왔는데, 이제는 우리 아기에게 물릴 수가 없다니.


37년 인생 첫 수술방, 날 선 느낌이 싸하게 감도는 그 방에서 나는 무서움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우리 아기에게 갑작스러운 절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서럽고 슬프고 벌써부터 가슴이 아팠다.


무섭냐는 간호사의 질문에는 수술이 처음이라 그렇다고는 했지만 정말 나는 단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여러 준비가 끝나고 심호흡하라는 주문과 함께 잠이 들고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난 듯했다. 잠에서 깰 때는 회복실에 누워있었는데 제왕절개로 태어나는 아기 울음소리에 깨버렸다. 두어 시간 잠들었던 걸까. 아기 소리에 잠이 깨다니, 아기 엄마 맞는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기는 낮잠 잘 시간이라 다행히 보채지 않고 금방 잠들고, 토니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며 단유 하는 기간 동안에는 토니가 많이 아가를 많이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당연스럽게 토니도 받아들여주었다.


두려웠던 그날 밤. 지금까지 잘 때는 항상 수유를 해주고 잠들었기 때문에 잘 시간이 되니 어김없이 내 손을 끌고 이불로 향한다. 내 가슴을 통통 치며 가슴을 열라 한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오늘부터 못 줘.


아기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요즘 꽤 아는 단어도 많아지고 말을 잘 알아듣는 우리 아가는 이 말을 용케 알아들었는지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왜 바로 가슴을 열지 않느냐, 왜 나에게 젖을 물리지 않느냐, 빨리 내놔라, 아빠 말고 엄마 거 달라, 물 말고 젖을 달라, 우유 말고 젖을 달라. 그저 울기만 하는데 나는 저런 주문으로 들리고 있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그냥 젖을 물리고 싶었지만, 나는 오늘 수술을 했고 수면마취제를 맞았고, 항생제를 먹은 몸이다. 절대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설득시키려 노력했다.


엄마 가슴이 너무 아파. 엄마도 주고 싶은데 엄마가 아야 해서 못 주겠어.
너무 미안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아기도 끊임없이 울다가 결국엔 아빠 품에서 울다 지쳐 잠들었다. 새벽에도 한번 깨어 1시간 반을 반복해서 울다가 우유를 조금 마시고 빵을 한 조각, 바나나도 한 조각 먹더니 다시 아빠 품에서 잠들었다.


아침. 아기가 태어난 후 매일 밤, 아침으로 수유를 했었는데 수유를 안 하는 아침. 가슴이 땡땡하게 뿔어버렸다. 단유를 할 때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정도의 아픔이 왔을 때만 젖을 짜내야 한다고 사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았기 때문에 진짜 지금만큼은 못 참겠다 싶어 젖을 조금 짜냈다. 유축기를 일본 집에 두고 왔었기 때문에 갑자기 어디서 빌릴 수도 없어 손으로 짜냈다. 땡땡하게 부어오른 젖을 손으로 짜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어찌어찌 이리저리 마사지를 해가며 모유 패드로 각각 2개가 푹 젖을 만큼 짜내었다.


오늘 하루 중에 젖을 또 달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서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아기는 달라고 하지 않았다. 간혹 나를 이불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지만 얼른 책을 집어 들거나 장난감을 들면 거기에 맞춰주었다. 원래 낮에는 자주 먹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왠지 이 아이가 벌써 이해를 해버린 걸까 싶었다.


그리고 밤.

나는 또 어제같이 울면 어쩌나부터 걱정했다. 토니가 씻고 있을 때 항상 재우고는 했는데 어제와 오늘은 토니가 씻고 나올 때까지 아기와 놀면서 기다렸다. 슬슬 졸린 기색이 왔을 때 방으로 들어가 누웠는데, 젖을 찾지 않는다. 그냥 내 옆에서 뒹굴, 토니 옆에서 뒹굴, 장난감이나 책도 좀 만져보고 수유등도 껐다켰다 해보고. 오줌 쌌으니 기저귀 갈아달라고 가져오고. 그렇게 30분 정도를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잠든 우리 아기. 아기가 잠이 들 무렵부터 나는 폭풍오열을 해버렸다.


이제 18개월 된 우리 아기가 나를 이해해주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렇게 인정을 해버린 걸까. 포기해 버린 걸까. 어제의 절망의 순간을 받아들인 걸까. 거부받기 싫어서 시도하지 않는 걸까.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토니에게 말하자 너무 기특하고 이쁘다고 한다. 너무 힘들지 않게 잠들어 주어서.


새벽에는 잠결에 내 가슴을 또 통통치며 가슴을 열라 주문하는데 안된다고 하자 한 시간을 또 서럽게 울다가 우유 조금, 바나나 한입, 물 몇 모급을 마시고 내 품에서 울다 지쳐 잠들었다.


보통 단유에 관한 후기를 봤을 때 3일에서 1주일간 아기가 우는 건 감수해야 하듯이 써져 있었기에 우리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걸까. 앞으로 이렇게 기특하다고 느끼는 날이 더 많이 오겠지 라는 생각에 또 눈물이 난다. 이렇게 쓰는 지금도 눈물, 콧물로 휴지산을 만들고 있다.


기특하고 정말 사랑스럽고 이쁜 아가.

엄마가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려서 정말 미안해. 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사랑해 줄게.



이건 사실 2020년 10월에 슬픈 감정을 이길 수가 없어서 울어가면서 썼던 글이다.


당시에 약 때문에 잠시 단유를 하긴 했지만, 열흘 정도 지나서 다시 모유수유를 하고, 아기가 두 돌이 되기 직전에 단유를 했다.


수유를 오래 해 본 사람은 느낄 수 있을 텐데, 수유는 약간 중독적이다. 내 젖을 먹고 커 가는 아이를 보면서 더 먹이고 싶고 잘 커줬으면 하는 짜릿한 기분. 그리고, 아이가 걸어 다니고 일반적인 음식물을 통해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을 때 단유를 했을 때는 꽤 가벼운 마음으로 단유를 할 수 있었다.


둘째를 낳고 나서도 똑같이 2년을 모유수유를 했다. 오직 이 아이에게 아빠는 못 해주는, 엄마만이 해 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난 너무 특별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내가 아이를 낳는 일은 없을 텐데. 그래서 더 아쉽다.

수유할 때의 아기 모습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