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했던 카야바쵸의 벚꽃길. 아마도 그리울 거야, 3월이 될 때마다
2013년 11월 ~ 2026년 1월
12년 3개월
12년 다니던 회사를 정말 '퇴사'하게 되었다.
직장 상사에게 먼저 보고를 하고, 인사부에 퇴직서도 냈다. 유급 휴가가 12일 남아있기 때문에 마지막 달에는 10일 정도는 출근하고, 12일은 휴가를 쓴다. 현재는 마지막 출근 날짜를 기다리면서 이 글을 쓰고 있고, 이 글을 업로드할 때쯤에는 마지막 출근일을 지나고 난 후, 수정을 하고 있겠지. (그러하다!)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째서 지금의 나는 이렇게 퇴사를 원하게 된 걸까. 내가 퇴사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를 적어보기로 했다.
- 왜 퇴사하고 싶었나
1.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가 우리 부서에 없다.
2. 회사 일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열심히 하던 시기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2021년 9월쯤부터는 어떠한 확실한 계기로 인해 지금 일에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3. 10년 넘게 일하면서 느낀 여러 순간에 개인적으로 차별감을 느꼈고, 그것들이 쌓여가고 해결되지 않고 있다.
4.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직 어릴 때, 필요한 시기에 옆에 있어주고 싶다.
-> 앞으로 현재의 나날들을 많이 기억할 시기이기도 하다.
5.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
-> 현재 회사는 한 달에 한번 재택근무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6. 그렇다고 전직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 품질관리 일에는 관심도 있고, 한 때는 좋아하기도 했고, 열정을 가진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여기서 더 깊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요즘의 AI를 보면... 더 그렇게 생각이 든다.
->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나하고 안 맞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7. 하고 싶은 일을 더 늦기 전에 하고 싶다.
-> 글 쓰는 직업을 하고 싶다.
8. 이 일이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아서, 이대로 계속하다가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9. 한번 더 나 자신을 바꾸고 싶다.
-> 환경을 바꿔야 한다.
10. 나에게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고, 내가 원하고 있다.
- 언제부터 퇴사를 하고 싶었고, 계획하게 되었는가.
2021년 9월부터 강하게 퇴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5년 전부터 정말로 퇴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퇴사를 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6년 초가 가장 적기라고 생각했다.
퇴사를 하고 싶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첫 번째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귀를 했을 때이다. 복귀를 하고 약 6개월 동안은 괜찮았다. 원래 하던 업무를 다시 받아서 이어하기도 했고, 업무를 알려준 후배들이 굉장히 체계적으로 일을 잘 해내고 있었다. 좋은 후배와 함께 일한 다는 건 굉장히 복 받은 일이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안 좋은 점은 코로나 때라서 내 바로 윗 상사가 당시에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겼는데 그 부분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잘 회복하시기를 바라면서 업무는 계속해 나갈 수가 있었다. 문제가 생긴 건 6개월 후부터다.
내가 속한 팀의 부장이 회사 내의 사정으로 인해서 바뀌었다. 새로 오게 된 부장님은 이 회사를 처음 입사할 때부터 알고 있는 한국인이었다. 사실 입사 시에 같은 부서의 부장님이었는데, 그때도 이 분과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퇴사하고 싶었던걸 그 당시의 사장님이 곧 합병을 할 것이며, 그때는 부서가 바뀌기 때문에 조금 더 버텨봐라 이런 식으로 말씀해 주셔서 견딜 수 있었다. 다행히 합병 후 정말로 부서 이동이 되면서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견딜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같은 부서의 직속 부장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스트레스가 되었다. 부딪히는 일도 많았고, 대화도 나누기 싫었고, 하지만 일 이야기는 해야 했고. 2달 만에 원형탈모가 생겼다. 정말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싫다고 생각했다.
일이 힘든 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건 정말 지옥 같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었기에 퇴사 시기를 정했고, 퇴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지금이 나에게 적당한 시기가 되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졌고, 그래서 나의 일상을 바꿔야 하고, 한번 더 내 주변의 사람을 바꿔야 한다.
회사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서 과자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회사 전체 메일로 모두에서 퇴사 메일을 보내고, 특별히 인연이 있었던 131명 중 24명에게는 개인 메일을 따로 보내두었다.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회사에 대한 예의도 지켰고, 나의 12년을 스스로 존중했고, 앞으로의 인생을 향해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아주 잘 마무리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퇴사였다. 예쁘게 퇴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앞으로의 다짐.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당장의 수익은 없다.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몇 달 후 나는 이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회사를 좀 더 빨리 그만뒀어야 했는데!"
태어날 때는 엄마, 아빠의 유전자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다가, 죽을 때는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죽게 된다. 나는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지는 못 했지만, 나의 선택으로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다. 망하게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