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흩어졌다 새로이
어제는 지인들과 누군가를 사랑한 일에 대해 얘기했다. 얼마큼 마음을 썼는지, 사랑으로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노력했는지, 앞으로 어떤 사랑을 기대하는지.
그러면서 마음을 주었던 사람들을 잊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도 떠올렸다. 지질했던 내 모습, 울고불고 난리 쳤던, 잊어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다가 지쳐버린 날들. ‘자니?‘ 메시지 보낼까 언제나 맨 정신을 유지하려고 했던 나의 독기(?)까지.
그렇게 마음을 다 쓰고 난 후에는 이상하게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위틈을 헤매는 파도, 물결, 그 거품, 짠 내음까지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가 순식간에 처음 보았던 풍경에서 달라지고, 멀어진다. 그것이 우리가 했던 사랑 같았기 때문이다. 있었던 게 맞는데 사라져 버린, 밀려갔다 다시 굴러들어 오는 깨진 돌 같이 또 와도 또 사라지겠지 싶어 두려운.
최근에는 이기주 작가님의 그림 그리기 영상으로 펜 드로잉을 해보고 있는데, 하늘이든 바다든 파도든 바위든 하나하나 정성껏 끈기 있게 그리다 보니 얼추(?) 바다로 보이는 그림이 되었다.
작가님 말씀대로 ‘아이고 지겨워’ 하면서도 선 하나 대충 긋지 않았다. 대충 그은 것처럼 보여도 대충 긋지 않았다.
그 마음은 내가 안다.
흩어지는 포말을 기대하며, 휩쓸고 지나간 뒤 남아있는 거품의 흔적을 기대하며 말이다.
모든 관계에 공을 들이면 타인에게 바라는 감정만이 아닌, 내게 잔류하고 있는 충만한 감정이 생긴다.
오늘의 그림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