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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Feb 24. 2019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읽기

책이다 라이브 독서모임 4회차


1. 보후밀 흐라발의 생애
브르노-지데니쩨(Brno-Židenice)출생.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1920년 그의 어머니 프란티셱 흐라발과 결혼하여 그의 양자가 됨. 양아버지는 맥주 양조장에서 일했으며, 보후밀 흐라발도 공부보다는 맥주 양조장에서 일어나는 갖은 사건들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함.

1935년 실업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법학부에서 공부했으며, 이밖에도 문학사와 예술, 철학 등을 함께 공부하였음. 나치 점령 이후 대학이 문을 닫은 탓에 1946년에야 졸업. 전쟁 중에는 철도원으로 일했으며, 그 이후에는 보험사 직원, 외판원, 제철소 막일꾼, 재활용품 수거자, 극장 무대장치 담당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함. 이러한 그의 경험은 그의 책 곳곳에 녹아들어 있음.

1963년에 작가가 됨. 하지만 1970년 이후 몇 년간 공식적으로 출판을 할 수 없었고, 이 시기에는 사미즈다트(samizdat, 구 소련 시절의 지하출판사를 일컫는 말)에 글을 씀. 그리고 1975년 잡지 Tvoba에 짧은 자아비판 반성문을 쓰고 검열 아래 다시 출판을 할 수 있게 됨. 그의 작품은 대부분 Pražská imaginace(프라하 상상)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음.

1997년 프라하 사망. 치료를 받던 중 비둘기에 먹이를 주려다가 병원 5층 창문으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추정. 그러나 흐라발은 5층에 살았고 그의 책에는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내용이 한 번 이상 등장한다는 점을 들어 그의 죽음을 자살로 추정하는 사람도 있음.

2. 책 이야기 훑기
주인공 한탸는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임. 35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살아왔지만, 한 번도 일이 지루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음. 그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압축기를 만지며 책과 폐지를 압축함. 더불어 그는 사람들이 버린 책들 사이에서 결코 압축할 수 없는, 보물 같은 책을 찾아냄. 그의 집에는 자신이 찾아낸 책으로  구성된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어지는 중. 그은 언젠가 자신이 은퇴한 뒤, 압축기를 사들여 이런 책들만으로 만든 보물 덩어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음.
하지만 그가 이런 꿈을 실현하기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는 중. 도심에 나간 그는 자신의 것보다 수십 배는 큰 최첨단 압축기를 맞닥뜨림. 그곳의 노동자들은 콜라와 우유를 마시며 한가롭게, 그러나 기계적으로 모든 것을 압축해버림. 그들에게는 버려진 모든 것이 폐지에 불과했던 것. 이후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일자리마저 빼앗기자, 결국 한탸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게 됨.

Q. 1장부터 4장까지 폐지를 압축해 왔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장부터 8장까지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3. 철학 엿보기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는 칸트, 헤겔 등 다양한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이 녹아들어 있음. 이를 이해하는 것은 그의 책을 보다 깊게 이해하는 첫걸음.

"전쟁이 끝나면 변증법의 논리대로 승자가 다시 두 진영으로 나뉜다는 것도 그 고매한 하수구 청소부들이 내게 알려주었다." (p.37)
: 인간과 사회의 이러한 역사성과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 그에 따르면 모든 개념(정)은 모순되는 개념(반)을 내포하며, 이 모순은 보다 새롭고 풍부한 개념(합)이 원래의 개념에서 나타남에 따라 해소됨. 가령 ‘자유’라는 정이 있다면 이에 반하는 ‘속박’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며, 둘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법’ 체계가 세워지는 식. 이러한 정-반-합의 과정은 더 높은 수준에서 계속 되풀이 됨. 다시 말해, 어떤 새로운 합이든 더 깊이 분석해보면 그것에 딸린 모순을 발견하게 마련이고, 다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

Q. 세계는 발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아직 못에 걸려 있는 철도원 모자를 삼촌의 머리에 씌우고 삼촌의 손가락 사이에는 이마누엘 칸트의 아름다운 글귀를 끼워넣었다. 나의 생각을 언제나 더 크고 새로운 감탄으로 차오르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 내 머리 위의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도덕률이다.'"(p.71)
: 칸트의 윤리학은 행위의 결과보다는 동기를 중시. 그는 오로지 의무에서 비롯된 행위만이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 "선의지는 그것이 생기게 하는 것이나 성취한 것으로 말미암아, 또 어떤 세워진 목적 달성에 쓸모 있음으로 말미암아 선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의욕함으로 말미암아, 다시말해 그 자체로 선한 것이다."

Q. 의도와 결과 모두 선한 일은 존재하는가?

"프리드리히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건만 내가 막상 휴가를 떠나본 적은 없었다."(p.93)
: 니체는 ‘신이 죽은 세상’, 즉 최고의 가치가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이 초인(Übermensch)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함. 초인이란 '뛰어넘는 인간'을 말하며, 이는 인간에게 해로운 전통적인 가치들을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존재를 뜻함. 이들은 또한 이 세계가 영원회귀한다는 것을 받아들임. 영원회귀란,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것이 영원히 회귀한다는 사상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유한하지만 시간은 무한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들(존재자)의 결합은 언젠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러한 세계, 영원히 창조되고 영원히 파괴되는 세계를 니체는 ‘디오니소스적 세계’라고 부름. 이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초인의 태도이며, 이러한 태도를 니체는 ‘아모르 파티(운명에 대한 사랑’, amor fati)’라고 부름.

Q. 초인은 ‘자기계발’적 존재인가?

"예수는 기도를 통해 현실을 기적으로 만들려고 한 반면, <도덕경>의 노자는 순진무구의 지혜에 도달하기 위해 자연법칙들을 유일한 방편으로 삼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p.51)
: 노자는 유가를 비롯한 여러 제자백가가 내세운 명분주의와 인위적인 조작에 반대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입장을 취할 것을 주장. 여기서 무위란 행함爲이 없음無을 뜻하는 말이며, 이는 인위적인 제도나 노력, 질서 등을 실행하지 않음을 의미함. 또한 자연이란 세상 만물의 도와 진리를 품고 있는 궁극적인 실재를 의미. 즉, 무위자연이란 인위적인 제도나 노력을 배제함으로써 궁극적 실재인 자연에 다가설 수 있음을 의미하는 표현임.

Q. 노자가 이런 주장을 편 이유는 무엇일까?

4. 노동, 그리고 책으로 읽기
(1) 노동으로 읽기 : 영화<모던 타임즈>의 주인공 떠돌이는 어느 공장의 노동자로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역할을 맡고 있음. 자리에 앉아 퍼즐 맞히기를 소일 삼는 사장은 그가 조금이나마 업무에 적응했다 싶으면 이내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높여버림. 조이고, 조이고, 또 조이고. 매일 조이기만 반복하던 그는 결국 미쳐버리게 됨. 소화전의 나사도, 비서의 옷에 달린 단추도, 뭐든 조이려고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일생을 몇 가지 단순한 작업의 수행에 바치고, 그 결과물이 항상 똑같거나 거의 똑같은 사람은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없애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해력을 발휘하거나 창조력을 행사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그는 자연히 그러한 노력을 하는 습관을 잃게 되고, 일반적으로 인간으로서 최대한 어리석고 무지해진다.’(애덤 스미스, <국부론>)

Q. 떠돌이와 한탸의 처지는 다를까?
Q.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

(2) 책으로 읽기 : 표지와 내지, 판형 등 물리적 속성을 지닌 책, 지혜 혹은 지식을 담은 저장 장치로서의 책, 콘텐츠를 타인에게 전하기 위한 전달 매체로서의 책, 구매를 통해 기쁨을 얻는 자본주의적 속성을 지닌 책, ......

Q. 나는 어떤 형태의 책을 좋아하는가?
Q. 내가 좋아하는 책의 종류는 무엇인가?
Q. 지식을 ‘저장’하는 것이 중요한가, 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가?
Q. 신문, 인터넷 등 다른 매체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Q. 책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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