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의 철학:양꼬치, 댄백질의 풍미와 함께 하는 이야기
처음 양꼬치를 맛본 건 대학 교수로 일할 때였다.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교수님, 양꼬치 먹으러 가요! “라며 나를 단골집으로 이끌었다. 솔직히 말하면, 양고기가 내 입맛에 맞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학생들의 환한 얼굴과 함께 가자는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생애 첫 양꼬치’를 만났다.
가게에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꼬챙이에 꿰어진 양고기가 자동으로 돌아가며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돌돌’ 돌아가는 그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입! 예상과 달리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그 순간 알았다.
필라테스 강사로 전업한 후에도 양꼬치는 내 단백질 보충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피곤이 쌓일 때, 에너지가 고갈될 때, 나는 양꼬치집을 찾아갔다. 기름이 스르륵 떨어지며 육즙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쇠꼬치에서 하나하나 빼먹는 재미, 양념에 찍어 먹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양꼬치의 맛을 완성하는 건 역시 향신료였다. 고춧가루와 깨소금이 섞인 분말을 푹 찍어 한입 베어 물면,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중국식 향신료인 ‘쯔란’ 덕분에 특유의 깊은 풍미가 더해졌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그 맛이 없으면 섭섭할 정도다.
양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근육 회복과 성장에 탁월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게다가 철분과 비타민 B12가 많아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도 좋다. 특히, 필라테스를 하며 근육을 길러야 하는 내게 양꼬치는 그야말로 ‘궁극의 식사’였다.
양꼬치를 먹으러 가면 항상 고민에 빠진다. 그냥 양꼬치를 먹을까, 아니면 양갈비를 추가할까.
양꼬치는 한 입 크기로 잘려있어 먹기도 편하고,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양념 맛이 매력적이다.
반면, 양갈비는 좀 더 육즙이 풍부하고,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먹는 재미가 있다. 같은 양고기지만, 부위가 다르면 이렇게 맛과 식감이 달라진다.
양꼬치는 주로 양의 어깨살이나 갈빗살부위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굽는다. 그래서 식감이 부드럽고, 고기에 밴 양념이 잘 어우러진다. 한입 한입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대화하면서 가볍게 먹기 좋다.
반면, 양갈비는 뼈째로 나온다. 꼬치에 꽂아 굽긴 하지만, 한입 크기로 자른 양꼬치와는 다르게 큼직한 고기를 뜯어먹어야 한다. 뼈 가까이에 있는 고기라 그런지 더 고소하고 풍미가 진하다. 육즙도 훨씬 많아서 씹을 때마다 고기의 깊은 맛이 퍼진다.
결국 선택은 취향의 문제다. 가볍게 여러 개 집어먹으며 대화하고 싶다면 양꼬치가 좋고, 제대로 고기의 풍미를 즐기고 싶다면 양갈비가 제격이다.
물론 가격은 양갈비가 더 비싸지만, 그만큼 고기의 질감과 만족감이 남다르다. 그래서 처음엔 늘 양꼬치를 시키다가도, 결국 양갈비를 꼭 추가하게 된다.
양꼬치와 양갈비,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결국 둘 다 먹어야 끝이 나는 선택지랄까.
양꼬치 집에 가면 꼭 함께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숙주나물볶음이다.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양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몸에는 은근한 활력을 더해준다.
그리고 마무리는 늘 옥수수 온면이다. 담백한 국물 한 숟갈이면 속이 스르르 풀리곤 했다. 때로는 얼큰한 마라탕 스타일의 면을 골라 칼칼하게 끝내기도 했다.
양꼬치집에서는 양꼬치만이 아니라, 중국 요리의 깊은 매력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사랑하게 된 요리는 경장육슬(징장러우쓰)였다. 채 썬 파, 오이, 당근, 양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춘장에 볶아진 돼지고기가 그 위에 얹힌다. 한입 크기로 잘린 건두부에 이것을 올려 입으로 가져가면, 짭짤한 춘장의 감칠맛과 돼지고기의 고소함, 아삭한 채소의 싱그러움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퍼진다. 씹을수록 깊어지는 풍미 속에서 건강함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이 요리를 먹었을 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맛이었다. 쌈처럼 싸서 먹는 방식이지만, 그 안에는 중국식 요리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짠맛과 단맛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채소의 신선함이 춘장의 진한 풍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단백질이 풍부한 건두부 덕분에 건강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양꼬치집에 갈 때마다 이 요리를 빠트리지 않았다. 때로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채소를 써는 동안, 돼지고기에 춘장을 넣어 볶는 동안, 처음 이 요리를 맛보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던 그 한입, 그리고 그 한입이 선물해 준 맛있는 기억.
좋은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서의 작은 기적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경장육술을 한입 베어 물 때마다 나는 그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삶도, 음식도 결국은 균형과 조화의 예술이라는 것을.
양꼬치는 혼자 먹기보다 여럿이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학생들과, 동료들과, 때론 가족과 양꼬치 집을 찾았다. 불판 위에서 돌돌 돌아가는 양꼬치를 보며, 삶도 그렇게 천천히 익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필라테스도 그렇다. 하루아침에 몸이 변하지 않는다. 꾸준히 움직이고, 근육을 단련하고, 몸과 마음을 단백질처럼 채워가야 한다. 양꼬치를 돌려가며 익히듯이, 우리의 몸도 인생도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완성되어 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건강해진다.
오늘 유난히 양꼬치가 그리워진다. 단백질의 풍미만큼이나,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따뜻한 기억이 떠올라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