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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를 좋아해

2장 좋아요 버튼의 심리학

by 유혜성

2장. 좋아요 버튼의 심리학


클릭 하나에 숨은 감정의 거리


요즘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좋아요’를 누른다.

친구의 여행 사진, 동료의 글, 모르는 사람의 카페 후기까지.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좋아서’ 누른 걸까,

아니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예의일까?


좋아요는 이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조심스럽게 다가서되, 너무 깊게 얽히지 않기 위한

현대식 인사법처럼.


심리학적 시선 - ‘좋아요’의 사회적 보상 시스템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단순한 클릭이 아니다.

그건 인간의 뇌가 ‘인정받았다’는 신호를 받을 때

도파민(dopamine)을 분비시키는 반응과 관련이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보상 시스템(Social Reward System)이라 부른다.

미국 UCLA 연구팀의 fMRI 실험에 따르면,

SNS에서 ‘좋아요’ 알림을 받을 때

뇌의 보상중추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었다.

좋아요가 많이 달린 사진을 본 사람들의

시각 피질이 더 밝게 반응하며,

‘좋아요 수’에 따라 순간적인 행복감이 증가했다고 한다 ¹.


하지만 그 쾌감은 평균 3초 남짓이다.

곧 다음 자극을 찾아 헤맨다.

결국 우리는 ‘좋아요’라는 인정의 회로에 중독된다.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팀의 연구 ²는 이렇게 정리한다.


“하루에 50개의 좋아요를 받은 사람보다

단 3명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심리적 안정감이 훨씬 높았다.”


이건 역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뇌가

‘양’보다 ‘질’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좋아요’가 많아질수록 비교와 피로가 쌓이고,

‘진심’이 오갈수록 마음은 회복된다.

결국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심박수의 공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례 1 - 나의 ‘좋아요 실험’


지난봄, 나는 작은 실험을 해봤다.

하루 동안 좋아요만 누르지 않기.


대신 마음이 진짜 움직이는 순간,

좋아요와 함께 짧은 댓글 한 줄을 달았다.


“이 문장, 오늘 내 기분을 닮았어요.”

“사진 속 공기가 참 따뜻하네요.”

“이 글을 읽고 잠깐 멈춰 생각했어요.”


그날 밤, 내 휴대폰은 작은 온실 같았다.

불빛마다 누군가의 마음이 피어났고,

좋아요는 따뜻한 인사처럼,

댓글은 이야기를 여는 손끝 같았다.


‘좋아요’가 마음의 문을 살짝 두드린다면,

‘댓글’은 그 문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오는 일이다.

좋아요는 대화의 끝이 될 수도 있지만,

댓글은 언제나 새로운 대화의 시작이 된다.


사회적 건강 - 표현은 줄고, 감정은 마비된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는 능력은 높아졌지만,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능력은 점점 퇴화되고 있다.


좋아요 버튼은 감정의 대체물이 되었다.

하트를 누르는 건 쉽지만,

“좋아요” 뒤에 말을 붙이는 건 어렵다.


이건 단순한 SNS의 문제가 아니다.

표현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감정이 굳고,

관계가 피로해진다.


좋아요는 많지만,

진심은… 얕다.


사례 2 - 한 독자의 댓글


한 독자는 몇 달 동안 내 글마다 하트만 눌렀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늘 조용히 다녀갔다.

그런데 어느 날, 긴 댓글이 달렸다.


“작가님, 오늘은 하트만으론 부족했어요.

이 글이 제게 용기를 줬어요.”


그 한 문장은 내 피드 속 어디보다 따뜻했다.


좋아요는 스쳐 지나가도, 그 문장은 오래 머물렀다.

그때 알았다.

‘좋아요 ‘는 감정의 ‘요약’이고, 댓글은 감정의 ‘확장’이라는 것을.

표시는 빛나고 사라지지만, 표현은 남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철학적 관점 - 존재와 표현의 거리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에서 말했다.


“행동이란,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방식이다.”³


다시 말해, 표현하지 않으면 존재조차 희미해진다.


좋아요 버튼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행동적 반응(non-actional response)이다.

말하지 않고도 반응할 수 있게 만든

편리하지만 위험한 장치.


우리는 점점 덜 말하고, 덜 느끼며, 더 많이 반응한다.

‘좋아요’를 누를수록, 소통한 척하는 감각은 커지고,

진짜 존재를 확인받는 순간은 줄어든다.


좋아요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클릭이 아니라 대화의 복원이다.

사례 3 - 좋아요 대신 전화를 걸었던 날


어느 날, 오랜 친구의 피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오늘은 마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아무리 걸어도, 햇살이 아직 닿지 않는다.”


나는 하트를 누르려다, 손이 멈췄다.

그냥 넘어가기엔 마음이 자꾸 걸렸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괜찮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수화기 너머로 조용한 숨소리가 들렸다.


“사실… 오늘 좀 힘들었어.

누가 한 번만 ‘괜찮냐’고 물어봐줬으면 했거든.

이상하게, 네 전화가 그 말을 대신해 준 느낌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흔들렸지만,

끝에는 미세한 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한참을 이야기했다.

좋아요 하나로는 닿지 못하던 마음이

목소리로 이어졌다.


그때 알았다.

좋아요는 반응의 언어지만,

‘괜찮아?’는 관계의 언어라는 걸.


감정의 시대에 필요한 건

클릭이 아니라 도달의 기술.

손끝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

좋아함은 살아난다.


알고리즘의 진실 - 댓글 하나가 만드는 연결


스레드나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이렇게 작동한다.

좋아요 수는 노출의 ‘기초’ 일뿐,

댓글과 리포스팅이 실제 확산을 만든다.


SNS 운영자들은 말한다.


“좋아요를 100번 눌러도,

댓글 하나의 영향력만 못하다.”


리포스팅(재게시)은

‘나는 이 말을 전하고 싶다’는 공감의 행동화다.

좋아요가 수동적 반응이라면,

댓글과 리포스트는 적극적 관계의 언어다.


오늘의 실험 - 클릭을 멈추고 말을 건네기


오늘 하루, 좋아요를 누르기 전 잠깐 멈춰보자.

“이걸 정말 좋아서 누르는 걸까,

아니면 그냥 예의일까?”


좋아요 뒤에 문장 하나를 덧붙여 보자.

“이 부분, 오늘 마음에 닿았어요.”

“이 사진 덕분에 미소 지었어요.”


댓글이 어렵다면 DM이나 메일도 좋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좋아요 뒤의 말’을 해보는 연습.


그 한 문장이, 관계의 방향을 바꾼다.


라이크 노트 – 혜성쌤의 감정 수업


좋아함은 감정의 근육을 단련하는 연습이다.

러브(Love)가 결심의 언어라면,

라이크(Like)는 연결의 언어다.


하트를 누르는 대신,

말 한 줄을 붙이는 연습을 해보자.

“이 문장이 좋았어요.”

“오늘 이 글 덕분에 힘이 났어요. “


그 짧은 문장이

당신의 감정 표현을 되살리고,

관계의 방향을 부드럽게 바꿔줄 것이다.


좋아요는 버튼이고,

좋아함은 대화다.

그리고 그 대화가,

세상을 다시 따뜻하게 만든다.




참고 자료

¹ 한국경제, 〈좋아요가 도파민 자극… 사회적 인정욕구 강해져〉, 2022.

²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 〈Social Connection and Well-being in the Digital Age〉, 2022.

³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한길사, 2018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https://www.threads.com/@comet_yo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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