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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밥 한 끼의 철학: 돼지국밥 한 그릇에서 배우는 인생

by 유혜성

돼지국밥 한 그릇에서 배우는 인생


“선생님, 여기 돼지국밥 진짜 맛있어요. 꼭 한번 드셔보세요!”


회원 중 한 명이 수업이 끝난 후 내게 추천한 곳이 있었다. 사실 돼지국밥은 내게 낯선 음식이었다. 소고기국밥은 자주 먹었지만, 돼지고기로 만든 국밥은 왠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그토록 강력히 추천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일산 라페스타에 있는 ‘토당‘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구수한 국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작은 식당이었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있었다. 국밥 한 그릇을 시키고 자리에 앉자, 주인아주머니가 다정하게 물었다.

‘토당’의 흑돼지 곰탕(돼지국밥)은 ㅌ정성과 철학이 담긴 한 그릇이다.


“처음 드세요? 새우젓 좀 넣어서 드셔보세요.”


경상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돼지국밥 문화는 처음 접했지만,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그 깊은 맛에 빠져들었다. 국물은 맑고, 은은한 한방 향이 배어 있었으며, 잡내 없이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고명처럼 올려져 있었다. 그릇 한가득 담긴 정성이 몸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음식이 몸을 살리듯, 정성은 삶을 살린다


‘토당’의 흑돼지 곰탕, 돼지국밥은 정성과 철학이 담긴 한 그릇이었다. 맑고 깔끔한 국물 속에는 은은하게 퍼지는 한방 재료의 건강한 맛이 배어 있었고, 지리산에서 자란 이베리코 흑돼지를 사용해 잡내 없이 부드러운 고기가 특징이었다.


국물은 주방장인 사장님이 전국의 돼지국밥집을 수년간 직접 찾아다니며 맛보고 연구한 끝에, 자신만의 비법으로 완성한 것이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깊고 건강한 맛에, 한 번 먹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일품요리였다.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셀프 코너에는 신선한 겉절이와 마늘, 청양고추가 준비되어 있었고, 새우젓도 직접 양념해 내놓았다. 겉절이 역시 매일 담가 신선한 맛을 유지하며,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토렴 한 밥과 따뜻한 국물 한 숟갈을 뜨면,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필라테스 수업이 떠올랐다. 운동도 결국 몸에 대한 정성이다. 회원들이 몸을 가꾸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동작이 아니라, 꾸준함과 세심한 관리다.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없다. 국밥 한 그릇이 그토록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선 오랜 시간 뼈를 고아야 하듯, 몸도 정성과 꾸준함으로 만들어진다.


한 그릇의 음식에도 철학이 깃든다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는 친구 한 명을 데려갔다. 친구도 일을 마치고 나면 허기진 배를 채울 따뜻한 음식이 절실해진다고 했다. 국밥을 한 숟갈 뜨더니 감탄했다.


“국물이 깔끔하고 깊네. 이거 진짜 제대로네. “


그렇다. 좋은 음식에는 정성이 깃든다. 좋은 재료를 쓰고, 잡내를 없애고, 국물을 맑게 유지하는 작은 디테일들. 한 그릇의 음식도 이렇게 많은 고민과 노력을 거쳐 탄생하는데,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한순간의 선택이 아닌, 오랜 시간 다듬어온 태도가 결국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

일산 라페스타 ‘토당’의 흑돼지 곰탕(돼지 국밥).

좋은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다


그 후로도 나는 몇 번이고 ‘토당’을 찾았다. 몸이 지칠 때, 마음이 허전할 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흑돼지 곰탕 한 그릇을 먹으면, 온몸에 기운이 다시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쉽게 무너진다는 것. 반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영양을 채워주면 마음도 자연스레 힘을 얻는다. 좋은 음식이 단순한 칼로리 공급을 넘어,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가 될 수 있는 이유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음식도, 인생도 결국 조화가 필요하다


돼지국밥을 먹으며 문득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밥 한 그릇에는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깊은 국물, 부드러운 고기, 감칠맛을 더하는 새우젓, 갓 담은 겉절이까지. 각각의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완성되는 맛.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이 모두 섞여야 진정한 깊이가 생긴다. 기쁜 순간만이 아니라 힘든 순간도 있어야 하고, 좌절도 있어야 성장이 따라온다. 운동을 하면서도,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균형과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늘 느낀다.

결국, 음식은 삶의 태도를 비춘다


‘토당’의 사장님은 매일 같은 시간에 고기를 삶고, 하루도 빠짐없이 정성을 다해 국밥을 만든다. 그 꾸준함과 한결같은 태도가 맛을 지켜주는 비결이다.


필라테스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몸을 움직이며 쌓아가는 작은 반복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

사람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신뢰는 단번에 만들어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마음과 태도를 지켜낼 때 비로소 쌓이는 것이다.


좋은 음식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


회원들에게 이 집을 추천했을 때, 모두가 만족하며 고마워했다. 내가 요리한 것도 아닌데, 좋은 음식을 소개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었다.


이제 나는 돼지국밥을 먹을 때마다 생각한다. 좋은 음식, 좋은 운동, 좋은 관계는 결국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바로 태도다. 정성스럽게 만든 한 끼가 몸을 살리고, 좋은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이 모이면, 결국 우리의 인생도 더 따뜻하고 깊어질 것이다.

좋은 음식, 좋은 운동, 좋은 관계는 결국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바로 정성괴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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