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밥 한 끼의 철학: 홍어 삼합 – 숙성의 미학, 인생의 깊이

by 유혜성

홍어삼합과 인생의 깊이


내가 사는 동네에는 삭힌 홍어로 유명한 단골집이 있다. 이름부터가 ‘낙원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치 진짜 낙원에 도착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테이블 위에 놓인 홍어삼합 한 접시. 바다에서 온 홍어, 땅에서 자란 묵은지, 그리고 기름진 삼겹살이 한데 어우러진 이 조화로운 한입. 나는 그 순간마다 생각한다. 음식도 삶도 숙성될수록 깊어진다고.

일산 라페스타 홍어삼합집 ‘낙원식당‘

홍어삼합을 처음 먹었던 건 20대 중반. 충무로의 작은 홍어집에서 한 시인이 말했다. “이 맛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인생의 반을 놓치는 거야.” 그렇게 한 점을 입에 넣었을 때, 처음엔 낯설고 강렬했다. 하지만 묵은지와 삼겹살이 더해지는 순간, 그 깊고 조화로운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인생이 그렇듯, 처음엔 거칠고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깊은 맛을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홍어를 ‘성숙’이라고 불렀다.

숙성의 미학, 필라테스 그리고 삶


삭힌 홍어는 시간이 지나야 제맛이 난다. 충분히 숙성되지 않으면 홍어가 아니고, 너무 지나치면 거부감이 든다. 마치 우리의 삶도 적당한 숙성과 인내가 필요하듯이. 너무 서두르면 깊이가 없고, 너무 늦으면 기회를 놓치는 법이다. 홍어삼합을 먹으며 나는 늘 생각한다. 필라테스도 그렇다.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하면, 내 몸인데도 내 마음처럼 잘 따라주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몸이 조금씩 열리고, 호흡이 깊어지고, 어느 순간 근육이 길게 뻗으며 균형이 잡힌다. 그리고 그 ‘균형’은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에도 스며든다.

필라테스는 몸을 통해 삶을 정돈하는 연습이다. 숙성의 시간을 거쳐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 그것이 필라테스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인생의 비밀이다.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다 보면 몸이 열리고, 호흡이 깊어지고, 어느 순간 균형이 잡힌다.

균형을 이루는 맛, 균형을 이루는 삶


낙원식당의 홍어삼합은 특별하다. 흑산도에서 직접 공수한 홍어, 적당한 숙성의 깊은 향과 감칠맛. 기름기가 적당히 빠진 삼겹수육, 묵은지의 신맛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그 맛. 그리고 홍어의 간을 베이스로 한 따뜻한 ‘홍어애탕‘ 한 그릇은 삭힌 음식의 강렬함을 부드럽게 감싸며 속을 달래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집에서는 전국 각지의 막걸리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지역 막걸리들이 냉장고에 가득 차 있다. 덕산 막걸리, 소백산 막걸리, 때로는 명인이 빚은 막걸리까지 한 잔 들이켜면,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도 함께 숙성되는 기분이 든다.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도 함께 숙성되는 기분이 든다.

몸을 숙성시키고, 마음을 성숙하게 하자


삶도 그렇다. 바다에서 온 홍어는 변화와 도전,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같다. 육지에서 자란 묵은지는 시간이 만들어낸 깊이, 인내와 기다림의 가치 아닐까? 고기에서 오는 단백질은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 나를 돌보는 힘이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균형을 찾는다.


인생은 천천히 숙성되는 것


홍어삼합을 먹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다 숙성 중이라고. 때로는 너무 빠른 변화에 휘둘리고, 때로는 너무 느린 성장에 답답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적당한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급하지 않게, 그렇다고 놓치지도 않게.

오늘 나는 필라테스를 마친 후 모처럼 홍어삼합을 먹으며 내 안의 ‘숙성’을 기다린다.


몸도, 마음도. 마침내 균형을 이루는 날,

완벽한 순간은 우리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숙성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자. 그 길 끝에는 분명 낙원 같은 인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홍어삼합을 먹으며 내 안의 숙성을 기다린다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1. 음식도 삶도 숙성될수록 깊어진다. 너무 빨리 익으면 깊은 맛을 낼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균형이 완벽함을 만든다.


2. 조화가 완벽한 인생을 만든다. 바다의 홍어, 땅의 고기, 자연의 재료가 만나 하나의 맛을 이루듯 몸과 마음도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하고 아름답다.


3. 성숙은 기다림에서 완성된다. 급하게 익힌 음식이 깊은 맛을 내지 못하듯 우리의 성장도 시간이 필요하다. 나만의 리듬을 찾자.


4.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치유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 정성 어린 한 접시가 우리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5. 삶은 미각이다.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이 어우러질 때 요리가 완성되듯 기쁨과 슬픔, 도전과 성취가 섞일 때 인생이 더욱 깊어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도 깊고 풍부한 맛으로 숙성되기를.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