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까지 화낼 일도 아니었는데...

인간 대 인간

by 앙니토끼

코로나 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도서관에 갔다.

그 전에는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도서관에 가서 15권씩 책을 빌려왔었다.


첫째가 요즘 자꾸 눈이 간지럽다고 해서 안과에 갔다가 좋아하는 액세서리 가게에 가서 머리띠도 하나 사 주고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먹었다.

오랜만의 제대로 된 외출에 아이는 신이 났다.

도서관까지 간다고 하니 더욱 신이 났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사고 있다.

보고 싶었던 책 중에 살까 말까 망설여지던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리기로 하고 열심히 적어두었던 책을 찾았다.

아이에게는 5권을 골라오라고 얘기했다.


2시에는 피아노 학원에 가야 했는데 책을 고르다 보니 이미 2시가 넘어버렸다.

둘째가 유치원 끝나는 시간에는 맞춰서 나가야 해서 골라놓은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엄마에게 줬단다.

3권은 내가 고른 책들과 함께 쌓여있었지만 2권은 없었다.

한 권은 고양이가 나오는 그림책이었는데 어디에 뒀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은 다 되어가고 나는 그냥 다른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기어이 그 책을 찾고 있었다.

마음이 바빠진 나는 대출증을 기계에 찍었는데 자기가 할 거라며 짜증을 내며 왔다.


대충 다른 고양이 책을 찾아주며 이거라도 빌려가자고 하며 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대출증을 찍을 때부터 입을 내밀고 있는 아이의 표정은 달라질 줄을 몰랐다.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아이에게 심한 말을 마구 쏟아부었다.


“네가 빌리려고 한 책은 네가 챙겼어야지 어따 놓고 짜증을 내. 늦었다고 했잖아.

그럼 그냥 다른 책을 빌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왜 너는 조금만 네 마음대로 안 되면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해?

기분 좋게 나왔다가 이게 뭐야.”


여기까지만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기어이 나는 한 마디를 더 내뱉고 말았다.

“너 이럴 때마다 진짜 너랑 외출하기가 싫어져. 다시는 같이 나오고 싶지가 않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상했다. 오랜만의 외출에 마무리가 이렇게 된 것이...

화가 났다.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어도 되는 일에 이렇게 화를 낸 나에게.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야지’라고 수없이 마음을 먹어보지만 너무나 자주 나는 강자가 되고 아이는 약자가 된다.

내가 한 사람의 어른에게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절대로 그렇게 감정적으로 화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왜 동등하게 대하지 못 할까?

버스를 타고 앉아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했다.

“엄마가 너무 버럭버럭 해서 미안해.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닌데...”

아이는 금세 “나도 미안해” 하며 내 팔을 붙잡고 나에게 기댔다.

말도 안 되는 화에도 사과하면 아이는 다시 쉽게 마음을 내어준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그러고 보면 둘째가 엄마 별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었다.

버럭이 천사.

엄마가 좋으니까 천사는 천사인데 버럭이 천사란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화를 잘 내는 사람이란다.

그래도 버럭이 악마는 아니어서 다행인 건가...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하니 더욱 미안해진다.


“미안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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