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살 일이 없다.

내가 사랑하던 옷들

by 앙니토끼

나는 옷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결혼 전에는 언니와 동대문 새벽시장을 동틀 때까지 돌아다니며 옷을 샀고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도 자주 갔다.

예쁘고 저렴한 옷을 자주 사는 걸 좋아했다.

밤을 새우며 돌아다녀도 힘든 줄도 몰랐다.

쇼핑은 재미있는 취미 중 하나였다.


아이를 낳고부터는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쇼핑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내 옷보다는 아이 옷을 사는 비중이 커졌지만

여전히 나는 옷을 구경하고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올해는 계속 같은 옷만 입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나갈 일이 없어 하루 종일 입고 있는 옷은 피치 기모 소재로 된 원피스 잠옷이다.

이 옷이 너무 편해 같은 디자인에 무늬만 다른 걸로 하나 더 사서 두 개를 가지고 돌려 입는다.


외출복도 같은 옷만 입는다.

하루 중 외출할 일은 피아노 학원에 가는 첫째를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둘째를 유치원에서 데려오는 것뿐이다.

학원에 가기 한 시간 전에 뒷산에 들러 첫째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보러 간다.


추운 날 한 시간씩 밖에 있으려면 무장을 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따뜻한 옷들로 껴입는다.

털이 잔뜩 들어있는 체크남방, 기모츄리닝, 가장 따뜻한 다운점퍼, 양털부츠(이번 겨울 유일하게 산 것. 뒷산에서 발이 너무 시려서 샀다.)


아이를 데리러 가며 만나는 사람 중에 항상 예쁘게 꾸미고 오는 엄마가 한 명 있다.

아이를 기다리며 대화를 하다가 조금 친해졌는데 피아노 학원에 오가는 게 다인데 항상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게 신기해서 한 번 물어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맨날 예쁘게 입고 다니세요?”

“제가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요.” 하며 웃는다.

요즘 나는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학원이 끝나고 아이가 나온다.

7살까지는 옷을 고르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 나를 스트레스받게 했던,

옷을 너무나 좋아하던 딸은 이제 나처럼 매일 똑같은 옷만 입는다.

집에 오면 바로 벗을 수 있게 내복 위에 뽀글이 집업 점퍼를 걸치고 제일 편한 바지를 입는다.

다른 것 좀 입자고 해도 무조건 그것만 찾는다.

딸과 동갑인 예쁘게 꾸민 엄마의 딸은 엄마처럼 항상 예쁘게 머리를 만지고 예쁜 옷을 입고 있다.


이런 것도 닮는가 싶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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