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캠핑

만산동 국민여가캠핑장

by 앙니토끼

우리의 첫 캠핑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강원도 화천.

어디까지 들어가나 싶은 깊은 숲 속에 캠핑장이 있었다.

7월 말, 한여름이었지만 그곳의 온도는 달랐다.


다이소와 당근으로 준비한 캠핑장비 몇 개와 5년 넘게 사용한 원터치 텐트를 들고 강원도에 캠핑을 하러 갔다.

타프도 없었다. 남편은 다이소에서 5천 원짜리 방수포를 두 개 사서 하나는 텐트 밑에 깔고 하나는 타프로 사용했다.


다이소표 캠핑

캠핑은 밥도 간단하게 먹어야 한다며 3분 짜장, 카레, 참치, 라면, 이런 것들만 사 들고 들어갔다.

테이블도, 의자도 제대로 된 것 하나 없던 우리는 그곳에서 다른 세계를 보았다.


그곳에 있는 텐트들은 거의 이동식 집이었다.

천장에 다는 실링팬, 냉장고, 에어컨, 침대.

특히나 캠핑장 한가운데에 있던 텐트는 진짜로 어마어마했는데 집 모양에 창문이 나 있고, 안에는 침대, 텔레비전, 냉장고 등등 없는 게 없었다.


“와~ 저럴 거면 캠핑 왜 하는 거야. 그냥 집에서 쉬지. 이런 게 진짜 캠핑이지.” 라며 남편은 텐트를 쳤다.


남편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과 옆에 있는 계곡에 내려갔다.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발을 1분도 담그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꿋꿋하게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물총놀이도 하고 신나게 놀았다.

맑고 차가운 계곡


밥을 먹고 있으니 다람쥐가 왔다 갔다 해서 첫째가 통에 쌀을 담아주었더니 아예 머리를 집어넣고 먹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놀러 온 사람들에게서 많이 얻어먹었는지 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귀여운 다람쥐

밤에는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았다.

낮에는 그냥 시원한 정도였는데 밤이 되니 기온이 더 떨어져서 우리가 가져온 얇은 이불로는 추울 정도였다.


“만산동 진짜 좋았지. 또 가고 싶다.”

장비는 가난했지만 첫 캠핑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날을 이야기한다.

많은 장비들로 가득한 캠퍼들을 보며 이해 못 했던 남편은 이제 거의 풀소유 캠퍼가 되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처음이기에 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다시 그렇게 캠핑을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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