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들의 기도

by 앙니토끼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기도를 해 준다.

가끔은 딸이 하기도 하는데 아들에게도 몇 번 기회를 주었지만

“내가 할게” 라며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결국은 쑥스러워서 이내 접고 만다.


하원을 하고 잠깐 놀이터에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내가 오늘 뭐라고 기도했는지 알아?”


요즘 아이들이 가장 원하고 매일 기도하는 것은 코로나가 사라지도록,

백신이 빨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음... 코로나가 사라지게 해 달라고?”

“아니, 지구가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


2020년은 코로나로, 장마로, 홍수로, 산불로 이상기후들로 지구가 정말 많이 아픈 해다.

코로나가 생겨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결국 사람으로 인한 것이다.

그동안에 지구를 소중히 대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대가를 지금 받는 것이고,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면 기회는 있을 것이라 믿고싶다.


되돌아보면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1990년대는 가장 살기 좋은 때였던 것 같다.

부모님 세대처럼 가난하지도 않고, 지금 아이들처럼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살아왔다.

공기질을 걱정하지도 않았고, 부모님 없이 밖에 나가 노는 것 또한 당연했다.

학교가 끝나면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친구 집에서 마음껏 놀다가

때 되면 알아서 집에 들어가도 서로 염려하지 않았던 그런 시대.


지금처럼 보고 싶은 만화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만화를 요일과 시간을 맞춰야만 볼 수 있고,

명절 때 오는 신문 TV 편성표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무엇을 볼까 고민하던 그런 시대.

기다림과 아쉬움, 기대감이 공존하는 그런 1990년대.


그래서 19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많은 드라마와 예능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미 우리 아이들이 사는 시대는 너무 달라져 버렸지만

이 아이들이 커서 내 나이쯤 됐을 때,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단 살기 좋았지.” 가 아니라

“그렇게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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