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덕후 기질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만화카페 가기.
작년에 처음 갔는데 너무 좋아해서 방학 때면 가는 이벤트가 되었다.
입장해서 세 시간 권을 끊고 자리에 앉았다.
각자 좋아하는 만화책을 찾아 음료를 마시며 읽는다.
빠져서 읽다가 공유하고 싶은 장면이 나오면 굳이 소리 내서 읽으며 나에게 보여준다.
앞뒤 맥락도 모르고, 거기다 나는 웃기지도 않는데 열심히 따라 읽어주며 설명하는 아들.
나는 <스킵과 로퍼>라는 일본만화를 보았다.
여주인공 미츠미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솔직하고 긍정적인,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잘 발견하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저 배배 꼬이고 찌질한 모습이 나 같다고 생각하다가,
한 번씩 나오는 유머코드에 낄낄대고 있다.
나이가 반구십인데(딸이 나에게 쓰는 표현. 반백도 아니고 반구십이 뭐야….) 초등학생 아들이랑 만화카페 와서 낄낄거리고 있는 게 왠지 좀 부끄러워서 주변을 의식한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성향이 어찌나 나를 닮았는지.
외출하기 싫어하는 것도 똑같고, (나가기 전까지 힘들어서 그렇지 나가면 좋아하긴 한다.)
좋아하는 건 깊이 파는 덕후 기질도 똑같고,
만화 보며 낄낄 거리는 것도 똑같고,
한 번 보기 시작한 건 잘 끊지 못하는 것도 똑같다.
3시간이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다음번엔 아예 일찍 와서 종일권을 끊자며 똑같은 엄마와 아들은 다짐하며 나왔다.
(이 얘기를 들은 남편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