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몰아서 하는 인간

남편의 블루투스 스피커

by 앙니토끼

남편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다.


방수도 된다며 샤워할 때 가지고 들어간다.


‘뭘 저렇게까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이거 스테레오도 된대.”

“응?”

“스테레오가 된다고. 양쪽에서 쏘는 거지. 안 시끄럽고 더 안정적으로 들리는 거야.”


음향에 큰 관심도, 차이도 잘 못 느끼는 나는 말했다.

“그게 뭐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


“완전 다른 거라니까. “

남편은 차이점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한 개에 2만 원인데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어

“알았어. 하나 더 사.”

라고 하니 바로 신나서 결제를 한다.


우리 집 TV는 32인치 스탠딩인데 TV를 볼 때도 양쪽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서 튼다.

“어때? 완전 다르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끄덕끄덕한다.



지금 양쪽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스테레오로 틀어놓고 음악을 틀고 이 글을 쓴다.


복층 방에 올라와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 참 좋은데, 항상 시작이 어렵다.

오늘도 한참만에 올라와서 몰아서 이것저것 하고 있다.

매일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난 항상 몰아서 하는 인간이다.


빵빵한 블루투스 스피커


그러고 보니 노랫소리가 안정적이고 빵빵하게 들린다.

계단을 내려가서 거실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엄지를 척하고 들어준다.


남편은 뿌듯하게 미소 짓는다.


“거 봐. 내가 뭐랬어. 그거라니까.”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