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노래방을 좋아했다.
대학생일 때는 노래방을 정말 자주 갔다.
동아리 사람들과, 친구들과.
심심하다 싶으면 노래방에 갔다.
학교 앞 노래방은 한 시간에 15,000원 정도 했는데 기본으로 한 시간은 더 넣어줬고, 삘 받으면 총 3시간까지도 넣어줬다.
30분 추가, 20분 추가, 10분 추가, 또 10분 추가.
야금야금 넣어주다가 어느 날은 화끈하게 1시간을 서비스로 넣어주고 계속 추가해 줄 때도 있었다.
나는 몸치라서 춤추면서 놀 줄을 몰랐다.
진짜 오로지 노래만 불렀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여럿이서 가는 것도 좋아했지만 제일 즐겼던 건 노래방을 좋아하는 친구와 단 둘이 가는 거였다.
그 친구도, 나도 진짜 노래만 불렀다.
둘이서 3시간은 우스웠다.
어느 날이었나.
보통 3시간을 넣어주니까 이제 마지막이겠거니 하며 1분 남았을 때에 마지막곡을 불렀는데 갑자기 30분을 추가해 주는 게 아닌가.
친구와 나는 또 신나서 노래방 책자를 뒤졌다.
그리고 또 마지막곡을 부르는데 30분을 또 추가해 줬다.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건가?
우리는 기어이 마지막 서비스까지 알차게 부르고 나왔다.
그날은 노래방 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은 날이었다.
가요, 팝송, 제이팝까지.
부를 수 있는 건 다 불렀다.
둘 다 목이 약간 잠겼고, 들어올 때 환했던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4시간을 해냈다는 게 뿌듯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니 노래방 갈 일이 사라졌다.
어느 날 밤, 시부모님께 잠깐 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코인노래방이라는 것이 생긴 게 아닌가.
시간이 없는 나에게 너무 꿀 같았던 발견이었다.
오랜만에 간 노래방은 역시나 재미있었다.
몇 시간씩 부르던 나에게 몇 곡은 아쉽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부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던지.
그때부터 짬이 날 때 종종 코인노래방을 이용했다.
지금처럼 저렴하고 쉽게 접근이 가능한 코인노래방이 내가 어릴 때에도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라~
지금은 애들이 커서 시간도 생겼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
가족끼리 몇 번 갔었는데 첫째는 중학생이 되더니 같이 가면 노래를 안 하고, 둘째는 좋아하는데 음치라 그런지 점점 흥미를 잃었다.
남편은 가자고 하면 가긴 하지만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아 얘기를 잘 안 하게 되었다.
혼자 가서 부르는 사람도 많던데 나는 혼자는 좀 뻘쭘하다.
마음 맞는 노래방 친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