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밤에도 봄은 오는가

이제 너희들끼리 자는 거야

by 앙니토끼

아이를 낳은 후, 가장 힘든 게 뭐였는지 묻는다면 나는 ‘잠’이라고 하겠다.

첫째는 유난히 예민한 아이여서 100일까지는 거의 안아서 재웠고,

18개월에 단유를 하기 전에는 3번 이상은 깨서 다시 재우기를 반복해야 했다.

단유를 하자 아침까지 통잠을 자는데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했는데 자기 전에 책 읽어주고 잠들기까지 옆에 누워있어 주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자는 게 싫은지,

잠드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지,

기본이 한 시간이었고 심하면 두 시간도 걸렸다.

아이를 재우고 일을 해야 했던 나는 참다 참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둘째는 첫째보단 유순한 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첫째였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26개월이었던 첫째는 동생이 태어나자 스스로 낮잠을 끊어버렸다.

동생을 재운 후, 낮잠을 재우려고 누우면 기어이 일어나서 놀아버리는 첫째 때문에 아이가 자도 쉴 수가 없었다.


어느새 아이들이 커서 첫째는 9살, 둘째는 6살이 되었지만 재우는 문제는 여전히 나에겐 숙제였다.

그림책 3권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옆에 누워있어 줬는데 항상 1시간 이상이 걸렸다.

같이 잠들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예민한 나는 아이들이 떠들어대면 잠을 자기가 힘들었고,

이후에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던 와중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당연히 3월에 아이들이 학교도 가고, 유치원도 갈 줄 알았던 나는 일을 받아놓은 상태였는데

이제 아이들과 온종일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이 잠들어야 일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계속 아이들을 재워주다가는 밤에도 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이들에게 각자 칭찬 스티커판을 만들어 주었다.


“자, 이제부터 엄마가 일을 해야 해.

낮에는 엄마가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없으니 이제 너희가 엄마를 도와줘야 해.

둘이서 자면 칭찬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주고 다 모으면 원하는 선물을 사 줄게.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랑 같이 자는 거야.”


9살인 첫째는 어느 정도 수긍했지만

6살 둘째는 “선물 필요 없다, 엄마랑 자겠다” 며 징징거렸다.


둘이서 잠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무서운 생각이 난다, 목이 마르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

아이들은 열 번도 넘게 들락날락했고, 방 안에서 한참을 떠들고 놀다 잠이 들었다.


한 달 정도는 2시간씩 걸렸던 것 같다.

‘그냥 재워줘 버릴까’ 하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칭찬스티커를 모아 선물을 두 번 받았다.

그리고 시간도 1시간 정도로 단축이 됐다.

여전히 2시간씩 걸릴 때도 있고,

잠든 후에 들어가 보면 온갖 장난감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도 있지만.

스티커를 다 모으면 선물 안 사고 엄마랑 자겠다는 짠한 둘째 녀석도 있지만.

어쨌든 이제 나는 재우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팔을 만지며 잠들던 첫째 딸.

배를 만지면 잠들던 둘째 아들.


봄은 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찜질방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