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우리의 세계가.

신유진_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by 수수

아니 에르노의 번역된 책 덕분에 이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표지의 특성 때문에 사람과 출판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다른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얼마 전, 처음 방문했던 책방에서 이 책을 샀다. 책장의 책들을 훑어보다가 이 책이 눈길을 끌어서. 5개의 단편이 들어 있는 소설책에서 앞의 두 편이 너무 좋았다.(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끝난 연극에 대하여) 너무 슬퍼서 마음이 아프다가 이런 글을 쓰면 어떨까.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조금 생각하며 잠들곤 했다. “오랫동안 원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겉도는” 경험을 해보았다면 담담하게 써내려간 것 같은 글 속에서의 서러움을 알 것이다. 살성이 좋지 않은 글을 쓴 것 같아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을 행복하게 해줄 결말을 만들 힘은 자신에게 없음을 알고 있다고 했다. 작가의 말에서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내가 무슨 글을 쓰든 행복한 결말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런 묶임에 있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뒤표지에 쓰인 ‘세계’가 이름인지도 모르고, 사람인지도 모르고 세계라는 ‘세계’에만 몰두하다 “사랑하면 조금 나아질” 사람 ‘세계’를 만나서 그러나 “너무 뜨거워 아픈” 등을 가진 ‘세계’여서 ‘나의 마음’처럼 나도 조금 울었다. 가진 게 없고, 부끄러움이 자꾸만 떼어내도 생기는 사람과의 연인이 될 때, 되려할 때, 혹은 내가 그 자신일 때 자꾸만 바로 서려 해도 옆으로만 기우는 마음을 알 테니까. 이름을 그렇게 부르면,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너는 그 말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너의 이름을 그렇게 부르면.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신유진,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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