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소하일라 압둘알리_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by 수수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이 책은 나왔다. 30년 전 피해 경험과 이후 자신의 고통, 피해, 삶, 치유, 활동, 행동, 다짐들에 대해 담긴 이 책은 강간 피해 경험자의 생존과 치유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넘치지만, 그것으로만 이 책을 설명하기 어렵다. 생존자로서, 활동가로서, 또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가 확장하고 획득한 것들로 이 책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어졌다. 이 책에는 여러 국가에 거주하는 수많은 피해경험자들의 강간 사건들이 담겨 있다. 그 일들은 모두 다르고, 또 모두 같다. 그 일들은 피해경험자를 무너지게 했고, 또 생존자로 살아가게 했다. 저자는 자신의 고통만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고 같이 손 잡아주는 목격자가 되기로 했다. 이 책에는 그런 그녀와 또 다른 그녀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미국으로 이주를 했고, 출신 국가인 인도에 왔을 때 집단 강간 피해를 갖게 된다. 인도 여행을 앞두고 있었을 때에도 인도에서는 집단 강간 사건이 있었다. 인도 여행에 대해서 사람들은 성범죄와 관련한 걱정을 쏟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강간 문화들이 여전히 강고하게 이어지고, 성적 폭력에 대해 문제인식이 세계가 동일할 수 없지만,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매일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와 날로 심해져가는 방식들 속에서 우리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어느 한 곳을 비난하는 방식이 아닌 모든 곳에서의 변화와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야 한다.


책 속에선 미국의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일상을 가졌던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니 한국의 많은 성폭력 가해자 정치인들이 생각이 났다. 우리의 일상이 정치와 무관할 수 없는데, 정치인들의 성폭력 문제는 언제까지 반복될 것이며, 언제까지 마주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을 읽을 때 한 정치인의 성폭력 범죄 구형에 대해 뉴스에서 보았다. 합당한 처벌과 피해자 치유회복을 위한 작업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많이 좋아하는 <용서의 나라> 이야기도 나온다. 가해자인 톰에게 연민을 갖고나 용인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그가 용서 받을 자격이 있든 없든 생존자인 자신은 평화를 얻을 자격이 있다는 토르디스와 톰이 다시 만나 치유해가는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하는 가해자가 있는 세상, 그리고 나아가 강간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 나는 이런 글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이런 글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세상 역시 상상한다.


<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소하일라 압둘알리, 샘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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