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_신령님이 보고 계셔

by 수수

<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 무당일기는 ‘무당’에 대한 관념들을 모두 조각낸다. 무당이라고 할 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들, 오해들 앞에서 그는 자신의 평범하면서 동시에 특별한 일상을 하나 둘 들려준다. 무당에 대해 얼마나 모르면서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을 가져왔는지 느끼는 시간이었다.

홍칼리의 이 작업이 어쩐지 참 다정도 하여서 마음이 들쭉날쭉 없이 평온한 듯 하다. 이건 그의 책들에서 느껴지는 변화인 것 같기도 하다. ‘무당도 돌봄을 나누며 살아가는 지구의 구성원 중 하나라는 걸’ 새삼스러운 사실을 꼭 짚는 과정이 연약한 우리들이 누군가들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생을, 생애의 돌봄을, 관계를, 결국 사랑과 용기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서.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고 규정되어 왔던 것들에 분노하고 저항하던 홍칼리는 지금 또 다른 모습, 그러나 그 전의 홍칼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그대로의 홍칼리로서 무당일상을 그려나가는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무당, 홍칼리. 기존의 사주 팔자 주류 해석을 더 넓고, 더 다채롭게 재해석하는 퀴어 무당, 홍칼리. 해석의 힘을 스스로가 쥘 수 있도록 그 사람 안에 있는 답을 꺼내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친구처럼 마주하는 무당, 홍칼리.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 자연 그리고 이 사회에서 오랜 시간 지워진 존재들의 손을 잡고 함께하는 목소리가 되려하는 연대자 무당, 홍칼리를 이 책을 통해 만났다.

그의 이야기를 만나자니 지금-여기 우리가 있는 곳곳이 굿판이구나, 싶다.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나누는, 사랑이 너무 많아 슬프고 외롭고 쓸쓸한 여자들의 이야기, 자신의 정체성을 품어가고, 또 다른 한 사람의 생이 자신에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절절히 울고 우는 나와 내 퀴어 친구들의 이야기, 그 마주함들이 모두 홍칼리가 말하는 무지개 굿판이구나. ‘낮에는 따뜻하게 사람들을 감싸고 밤에는 고요하게 기도할 수 있는 일상이 행복하다’는 무당 홍칼리를 통해 질문 받고, 질문 건네며 오늘도 사랑을 이어가는 것에 에너지 +1이 된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 무당일기, 홍칼리,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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