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 마이어스_젠더 프리
‘여성에게 결혼과 육아 외에는 달리 기대하는 것이 없는 모르몬교 공동체에서’ 자란 저자는 그런 공동체의 문화와 맞지 않았고, 여성이란 이유로 요구된 것들에 저항해온 이었다. 결혼 아닌 공부를 택한 그는 바이섹슈얼로 정체화 하고 있고, 결혼을 하여 임신·출산·육아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젠더 프리>는 한국판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울컥하는 시간이었다.
‘인건 보건 사화학자로서 저는 각 사회가 출생률 감소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젠더 평등을 실현하여 LGBTQI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인터섹스)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회구성원이 가족계획 여부에 상관없이 각자의 인생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원 및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부분을 적어둔다.
<젠더 프리>에 봉태규는 말했다. 자신의 아이들이 성별이라는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성향과 취향을 자유롭게 마음껏 향유하길 원한다고. ‘너는 너야’ 무엇이기 때문에 너인 게 아니라, 그냥 너! 라고. 그냥 너! 이기 위해서 주로 부모일 양육자들과 가까운 가족들은 물론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든 중요한 생각은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부모라면, 그들 자신들 역시 어떤 관계 맺기를 하고 젠더 프리하고 존중한 가족의 일상을 만들어 가는지가 매우 중요하단 것이었다.
얼마 전, 나영의 강연에서 나영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의 자각에 대한 10분 글쓰기로 시작을 열었다. 한 번도 나의 성별에 대해 이질감 없이 살아왔다 여겼던 나는 왜 그랬는지 혹은 나의 지정 성별에 대해 부합하라고 요구한 외부의 목소리들에 대해 많이 자각했다. 정말 질문을 새로 던지기는 언제나 유효하다. 이 책 역시 그러했다.
젠더의 영향을 강고하게 받는 문화권 사회에서 살아온 나에게 젠더 프리 육아,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무척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내가 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변의 아이들과 그들의 양육자가 생각이 났고, 또 앞으로 양육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생각했다. 나는 그들의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과 그들에게 새로운 가족구성원으로 생길 ‘아이’에게 어떤 동료시민이 되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도. 아마 나에겐 이것이 계속해서 존재할 숙제 같은 것이겠지. 한 아이를 양육하는데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정말 그래서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도 포함된다. 모두가 돌봄을 주고받고 서로를 사랑해 나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카일의 상상처럼 나 역시 있는 그대로 누군가들을 만나고, 그 곁이 되는 것을 더욱 품고 가겠다는 것도.
저자는 또 다른 규범으로서 이 책이 쓰이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의 어린 시절 양육 과정을 돌아보고, 젠더에 따른 기대와 기준들이 사회화 과정에 어떻게 녹아들어서 현재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을 보는 관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도록 권유하고자 쓴 책’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참여자 중 나 외에 모두 기혼인, 대부분 양육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는 책모임에 이 책을 추천했었다. (영업이 된 것 같긴 한데) 각자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들을 품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이 책이 그들에게도 나와 또 다르게 가닿고, 그 속에서 우리는 또 많은 공감들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이거, 엄청난 러브 스토리잖애..! (대화와 서로의 합의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두둥)
<젠더 프리: 아이에게 세상의 절반 이상을 열어주는 법>, 카일 마이어스, 위즈덤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