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_두 번째 글쓰기
조심조심 가만 가만히 읽게 되었다.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태도와 단단한 것들이 들어있는 글 속에서 흔들리더라도 부러지지 않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어쩌면 그들은 수없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고 생각하다가 이내 지운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모른다고 무책임하게 말할 수는 없어서.
기록노동자의 기록으로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삶이 세상에는 읽히니까, 기록자는 자신의 해석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둘러볼 수밖에 없겠구나. 그 의심은 어쩌면 쉽사리 자신에게도 가 닿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누군가의 삶을, 그 삶을 들러붙게 만든 사회의 이면을 써내려 가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일인가 새삼스레 생각하기도 했다. 그도 수없이 실수하며 아차, 하는 순간을 넘어 좌절하면서도 놓지 않았겠지. 자신이 끝을 내야 비로소 끝이 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처럼, 어쩌면 그도.
세상에 관심 받지 못했다 여겨진 사람들과 어떤 문제들은, 그 삶은 사실 수많은 바라보기의 관망을 거친 후에도 변함없이 그대로이고 달라진 것은 ‘이미 너무 많은 질문을 받아버린 사람들’로의 변화일지도 몰라, 아냐. 다시 아냐, 그런데 정말 그렇게만 흐르고 있으면 어쩌지 싶어 읽는 동안 자주 눈가가 따끔따끔해졌다. 사라지게 만든 주범인 사회와 권력과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는 동안 없는 듯이 사라질지도 모를,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여 고통스러웠던 여/성들의 장면, 그리고 그 장면들이 이어진 하루들, 시간들, 삶들을 기록하는 이이의 글쓰기는 따끔따끔 눈가의 눈빛을, 시선을, 바라봄을 바꾸는 색채를 지녔다, 고 다짐하듯 생각했다.
나도 희정 작가가 쓴, 좋아한다는 b씨의 말이 좋다. “말을 해주는 사람도, 그걸 받아 적는 사람도, 두 사람 다 그 자리에서 굉장히 애를 쓰는 거잖아요.”라는 말이. 가끔 인터뷰라 명명된 것들을 할 때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나의 생애를 그저 일단 꺼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말하는 사람도 무척 애를 써야 하는 작업이구나, 생각했었다. 풀어나가며 기록자에게도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가 오간 그 시간의 작용을 정리해보자면, 그것은 관계의 시작이겠구나, 그리고 그건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란 것을 과거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통해 정돈이 되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며 그 질문과 대답이 어떤 과정을 통해야 비로소 가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해 책을 읽으며 조금씩 더, 무겁게 누르는 마음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 마음을 조금 더, 깊이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말하는 이의 세계와 기록자의 세계가 서로 얽혀 빚어진 기록이’ 나오기 까지 존재했을 마음과 용기와 질문과 힘과 사랑을, 그리고 부끄러움도 지우지 않고 담은 책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번째 글쓰기: 당신의 노동을 쓰는 나의 노동에 관하여>, 희정 지음, 오월의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