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주•노서영•로라_판을 까는 여자들
“우리는 외면 받을 때조차 나아간다.”
환멸 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 최악과 차악만을 던져주는 사회에서 20대 여자들은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해 여러 현장/공간에서 말하고 쓰면서 이야기해온 ‘이대녀’들의 책 <판을 까는 여자들>은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딱! 우리 앞에 나타나주었다. 이런 너무 딱 맞는 때잖아! 일 수 있는 건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쓰고자 책상 앞에 앉은 이들이 아니라, 그 전부터 20대/여성/청년들로서 이 기울어진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싸워왔던 이들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은 누군가를 대변하거나 대표하고자 이 책을 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차별’이 없다며 한국 사회를 읽지 못하고, ‘안티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품고 있는 남성 중심적 정치판에 균열을 내고자 국회에서, 정당에서, 학교에서, 일상에서 고군분투해온 ‘이대녀’들의 지금-여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저자 노서영님의 말처럼 “이런 책은 우리가 이 시기에만 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그런 면에서 공감한다. 그간 20대/청년/페미니스트들의 현상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많이 보아왔다면, 20대/여성/청년/페미니스트들이 부딪히고 있는 일상과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경험과 생각, 분석, 함께 나아가고 싶은 길에 대한 전망들을 만날 수 있었던 <판을 까는 여자들>이었다. 덕분에 (‘삼대녀’ 페미니스트인) 나 역시 더 많은 이들의 ‘정치’가 일상에서 일어나고 견고한 기존의 벽들이 부숴 지기를 바라는 페미니스트 동료로서 건네는 연대의 이야기로 받아 안게 되었다. <판을 까는 여자들>은 ‘안티 페미니즘’이 사회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문제가 있는 기존의 판을 뒤집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어떤 판을 만들어가고 더 넓혀 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로라님의 “어떤 당,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느냐를 넘어서 줌 더 폭이 넓어졌으면.”이란 말처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상,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의 정치와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여전히 안전하지 않고 불안함이 가득한 우리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듯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주류 정치‘판’은 차별과 혐오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고, 정치의 몫으로 해야할 책임에 대해서는 방기하고 있다. 이런 지금-여기에서 최악과 차악이 아닌 다른 선택지, 그리고 다른 선택지를 넘어 다른 판에 서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이 고민을 쥐고 갈 동료들을 찾아가는 일, 그런 시/공간이 넓혀져 가는 일. 당신의 정치는 어디에서 진행될 것이며, 무엇이 될 것인가. 이 책의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 책을 읽는 당신의 정치도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저자들의 바람처럼, 이 책이 누군가에게 싸우는 나에게 가 닿는 연대로서, 또 함께 싸우는 페미니스트로서 만나는 장이 되길 바란다.
<판을 까는 여자들>, 신민주·노서영·로라 지음,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