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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_복자에게

by 수수

2020년 여름, 몇 장을 읽다가 그대로 책장에 있던 <복자에게>를 2022년 겨울이 되어 읽었다. 제주의료원 산재 인정 투쟁의 이야기가 주된 흐름이라고 하기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무리 되는 소설 안에는 여러 삶의 모습이 있다. 특히나 나는 작가의 말에 쓰인 글이 좋았는데, 그 글은 이렇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긴 이 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나는 ‘비에도 지지 않고’를 참 좋아하면서도 늘상 생각한다. 지더라도, 의 마음을. 그것을 김금희 작가는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소설 속에서는 마치 실패한 것과 같은 결과에 대한 물음에 “그런 건 인생을 더 깊이 용인한다는 자세 아닐까?” 라고 영웅이 말함 것처럼. 실패하고야 마는 삶에서 그 실패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 위치하게 할 것인지, 용인하며 계속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복자에게>, 김금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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