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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_에이징 솔로

by 수수


결혼만이 아닌 다른 삶, 원가족과만이 아닌 다른 친밀과 돌봄에 대한 삶은 나의 화두이고 친구들과 자주 나누는 대화의 주제이기도 한 나에게 <에이징 솔로>는 너무나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의 주제 자체도 그렇지만, 지금의 내가 이 이야기를 주로 나누는 친구들이 생물학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적거나 혹은 지정성별 남성인 경우가 많은 나에게 이 책은 비록 나와 같은 세대이거나 나의 친구들이 아니지만, 나의 지금 이 시간을 살아내고 지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나에겐 더욱 반가운 책이고, 책 속 이야기들이었다.


저자가 2021년 겨울부터 만난 40-64세의 여성 19명의 이야기와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에이징 솔로>. 출간 소식을 알았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알리며 너무 반가워했는데, 읽고 난 후 역시 너무 좋다. (그래서 읽고 나서도 다시 친구들에게 추천함)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에 대해 다양한 ‘에이징 솔로’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친밀감, 돌봄, 원가족과 친구들과의 우정, 사랑, 외로움과 고독, 주거안정성과 임금노동과 같은 생계, 지금보다 더 나이든 이후의 계획이나 그것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기뻤다.


‘비혼주의’라고 칭하진 않아도 현재로서는 결혼제도 내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비혼/여성/성소수자로 살아가면서 마흔 이후, 그 이후의 결혼하지 않는 나의 삶에 대해 그릴 때 솔직히 아무런 불안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없기는커녕, 본질적으로도 불안감을 많이 가진 나의 삶에는 언제나 불안의 존재와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렇게 살고 싶지만, 과연 이렇게 살아가도 지금보다 더 나이든 이후의 삶도 괜찮을까? 라는 걱정을 서른다섯이 지나면서부터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존재하게 되었다. 삼십대 후반의 삶을 살아가며 다가올 마흔과 마흔 이후, 또 그 이후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입버릇처럼 하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사실은 긍정적 회로보단 걱정이 많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전에도 건강하지 않음을 알았지만, 이제는 그것에 대해 절로 증명이 되는 매일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로서, 모아둔 돈도 없고 믿을 배경도 없는 최저임금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비이성애자로서 등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나의 정체성들은 나를 이루는 소중한 것들이지만, 동시에 나의 삶이 안전하고 안정적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못하는 불안의 요소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나의 삶의 어떤 것을 단박에 바꿀 수 없고, 불안의 요소를 삭제할 수 없겠지만 지금 나의 시간들을 저마다의 색채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도움이 되고, 용기가 되고 힘이 되었다. 이젠 엄청나게 다수가 살아내는 모습 중에 너무나 작은 소수로서의 모습만이 아니라 삶 자체가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들의 모습이란 것을 <에이징 솔로>에서 다시금 느낀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있듯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굉장히 이상하거나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각자의 소중한 가치가 있고, 살아내고픈 삶의 모양이 있다. 나는 이성애중심의 결혼제도 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싶다. 그러니 그 다른 곳이 더 안전하고, 더 안정적이고, 더 넓혀질 수 있도록 나도 여러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불안이 따라 붙어도 잘 살아내야지. 같이 이 가장자리도 넓히고, 같이 한 가운데의 색깔도 바꿔가야지.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나에게 존재하는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들(친구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나의 아픈 몸을 위해 함께 해주는 ‘민뎅 쾌차방’ 멤버들, 비인간동물인 페미를 함께 돌봄 하는 최챤과 돌봄 나누미들인 우리들, 느슨한 운동을 함께 하기 위해 나를 독려해주는 암벽원정대, 페미니스트 동료들에 대해 다시 마음에 담는 시간이 되었다.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들며 살아가는 지금의 내 삶, 나쁘지 않아. 참 좋다!

(덧: 그뿐 아니라 한 시절이 지났다고 생각한 관계들 역시 생애주기에 따라 언제든 우리가 또 이야기를 건네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은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인상적인 부분이었고, 비비를 꼭 만나고 싶다!)


<에이징 솔로: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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