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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민지형_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by 수수

민지형 작가의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새 장편소설을 읽었다.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SF라니.. 이번엔 어떨까? 하는 마음은 음, 역시나 이번에도 전작들처럼 흥미로운 구성으로 잘 읽히는구나, 로 마무리 되었다. ‘잊지 않음’으로 부들부들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찼던 시간들이 분명 존재했지만, ‘잊지 않음’으로 오늘까지 살아내고 살아남은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잊지 않음’이 ‘잊혀지지 않음’으로 존재하게 되고, 그 ‘잊혀지지 않음’을 만든 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잊고’ 때론 왜곡하며 말살한다.

1억에 가까운 기계는 갖고 싶다고 누구나 살 수 없다. 살다보니 잊혀지고 잘 생각나지 않는 것들을 모조리 다 기억해낼 수 있고, ‘즐길‘ 수도 있는 자들은 그러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들. 그러나 어디에서도 ’잊혀지지 않고‘ 살아낸 이들이 만든 뒤엎기, 혁명의 시간. 아버지의 시대는 끝났고, 폭력의 시대는 끝났다. 성폭력의 시대는 끝장낼 수 있다. 비록 나 혼자는 약했을지 모르지만, 영화 <아가씨>처럼 같이 깨부수고 다른 세계로 나갈 수 읶음을, 그 희망을, 상상을, 연대를, 그리고 사랑을 놓지 않고 만나게 하는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민지형 장편소설, 안전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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