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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너머

전의령_동물 너머

by 수수

저자는 동물권주의자가 아니라며, 잡식 취향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동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동물권/동물권주의자/비건으로 오해받는다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것부터가 현 사회에서 ‘동물’에 어떻게 판단되어지는지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채식이나 먹거리로서의 비건, 혹은 비건에 대해서 주요하게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지점, 그러니까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지점으로서 동물 그리고 동물 ‘너머’를, 인간 그리고 인간 ‘너머’를 생각하게 한다.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과의 관계는 모든 국가나 모든 상황에 동일하지 않고 복잡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동물’이란 무엇인가. 그런 의미에서 동물의 언어에서 사고를 확장하는 것을 고민하며,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동물 너머>라는 책 제목을 지었다고 했다. 동물이 동물권의 ‘동물’을 ‘넘어’서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련 담론의 지형 ‘너머’ 산적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시선의 이동’으로서의 의미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나에게 저자가 목적으로 가지고 있었을 ‘시선의 이동’에 아주 적합했던 책이었다. 모든 지점이 그랬고, 읽으면서도 또 모임에서 말하는 내내 그랬다. 그리고 그 시선의 이동은 매우 많이 인간으로 향했다. 이 책은 비인간동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인간동물에 대해 이야기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인간과 인간관계, 인간과 인간사이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오히려 지금 동물권에 대해 글쎄? 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한 책일 거라 생각했다. 그 모든 것이 인간에게 치환하며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동의력이 구해진다면 그 역시 결국 동물권에 글쎄, 라는 것보다 다른 생각을 하는, 즉 사고의 이동/시선의 이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좀 급하게 읽기도 해서 어떤 말끔한 정돈이 아닌 메모들을 그대로 남겨둔다.

- 반려동물에게 일반적으로 가해지는 인위적 개입에 대해서는 잔인함보다는 애정과 돌봄 행위로 치환되는 것에 대하여. 그러니까 인위적 개입이랄지 폭력으로 정의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잔인함에 대한 정의가 상대적인지에 대하여.

- 고양이 입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던 지점. 입양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들과 얽힌 것들. 피씨함.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시장의 얽힘.

- 동물을 식용할 때, 어떻게 더 윤리적인 태도로서 공급하고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동물복지. 이러한 “고통의 최소화” 이면에 어떤 고통은 제거되지만 동시에 어떤 고통은 감춰지고 혹은 재생산되거나 새로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 식용견 구조 후 입양, 그리고 그 이후 비포앤애프터의 이야기를 하는 지점에서 국제구호활동 일부에서 보이는 일종의 자극성 대함과 연결되어졌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국가 간 입양 문제와도.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국가 간 입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


또한 이 책을 읽으며 한 국가의 오랑우탄 똥 치우는 일의 자원봉사자 이른바 후원자들과 그곳의 직원의 사례를 읽으며 지금 나의 위치, 예컨대 내가 일하는 단체의 회원들과 나의 관계와 위치의 얽힘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그런 내가 하는 국제보건사업의 관계와 위치의 얽힘에 대해서도. 그런 지점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그런 지점에서는 자유롭기 어렵고, 자유로워도 되는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정말 매우 많은 ‘얽힘’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 단순한된 교차성에서 제대로 사유되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에 대해서도*****


<동물 너머>, 전의령,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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