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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Feb 27. 2024

서로 부축하는 사회, 동정을 넘어 연대로


퇴직 교사이자 전교조 전 조합원으로서 힘들게 활동했던 노조 생활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에게는 ‘유가족’이란 정체성이 있었다.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된 김혜영은 ‘동정을 넘어 연대로‘란 강연 요청 주제에 마음이 갔다고 했다. (이것은 그가 인터뷰한 증언에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교조 연수 일정 중 마지막 전체 일정이으로 교사가 아닌 누구나에게 열린 행사로 진행되었으나, 나 외엔 교사가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는 행사였다. 성격이 성격인지라 역시 주된 흐름은 교사였던 사람이 교사인 사람들에게 공감과 동의력을 구하고, 확산하고 싶은 이의 강연이었으나 비교사인 나에게도 무리는 없는 시간이었다.


그는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경험하게 된 장시간노동, 비정규직 차별, 부당해고 등 방송제작현장의 불안전노동환경에 대해 문제제기한, 2016년에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피디의 가족, 엄마이다. 그런 그는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으로 잃은 자녀와 비슷할 희생자의 역시나 비슷할 형제•자매인 유가족을 인터뷰했다. 교사이자, 엄마이자, 자녀를 잃은 유가족이자, 싸우는 사람이자, 기억하는 이로서 기록하고 연대하며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삶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고 이한빛 피디의 유서의 일부를 읽으며 이야기한 김혜영 선생님을 보며 이 사회의 문제들이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참 보내고 치유되어야 할 사람들을 투사로 만드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참사/사고에 싸우는 이들에게 쉽게 사람들이 말하는 ‘돈’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원한 것이었다. 이한빛 피디를 몰고간 불합리한 시스템이 바뀌는 것, 명예회복, 진상규명. 그 책임에 대한 것. 이태원 참사라고 다를까. 10년 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도 그들을 조롱하고 욕하던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진상규명은 여전히 제대로 되지 않고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이태원 참사를 겪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제대로, 제때의 애도는 얼마나 중요한가.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다 필요한 애도 과정을 갖지 못해 시간이 흘러 지금 눈물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정말 산재, 사회적 참사에서 필요한 애도의 시간을 갖고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갖지 못하고 거리에서 싸우거나 투사가 된 이들이 걱정되었다. 그들의 강함과 그들의 용기와 연대만이 아니라 다른 모습, 다른 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왜 기억해야할까.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인지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그 사건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었고 무엇이 변화되었는지를 아는 것. 무엇이 문제였는지 아는 것. (무수한 경우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내고자 하는)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 그는 말했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한빛 피디의 사망 이후 사건을 공론화할 때, 많은 청년•시민들의 연대가 있어 가능했고, 함께 싸운 힘으로 가능했다. 불쌍하다는 동정을 넘어 연대였기에 가능했다. 마무리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이야기를 하시며 ‘서로 부축해주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안 됐다, 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것. 부축하며 나아가는 것. 그리고 함께 기억하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왜?라고 질문하고 집중하는 사회‘를 내가 함께 만드는 것. 그 ’왜‘를 나의 것으로 품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


‘한빛 엄마’로 살아가며 유가족으로서 피해자 운동의 주체가 된 김혜영 선생님. 연대를 이야기하신 김혜영 선생님 이야기 끝에 남는 한 문장을 마음에 꼭 담아두고 싶다.


“우리에게는 안전지대가 필요하다.” 그것이 응당 사회여야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곁에 한 사람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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