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김지은입니다>
‘미투의 정치학’에 같이 수록하기로 했다가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고민 끝에 빠지게 됐다는 김지은씨의 글은 그 뒤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그의 이야기들을 만났다. 이 책에서 매우 상세히 다룬 덕분에 정치권력인 옆에 있는 이들이 어떤 노동 형태와 감정노동을 ‘수행’이란 이름으로 감당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정치인을 수행하는 위치라 모든 것을 모를 수 없고, 그 시간 자체가 어떤 위력을 갖는지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라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가 살고자 용기를 내어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 것이 상상보다 더 훨씬 많이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짐작한다 말하기도 어렵지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읽는 게 좀 힘들었다. 누군가는 단박에 읽었다고 하던데, 나는 시간을 쪼개며 읽는 것을 떠나 글이 힘들었고, 자꾸 멈춰야 했다. 자꾸 눈물이 났고, 한숨이 나왔다.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읽는 것만으로 자꾸 눈물이 나고,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두근대는데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오죽했을까. 피해경험을 다시 생각하며 써내려야 갔던, 554일간 재판을 하며 싸워나가야 했던 사람은 오죽했을까. 지금도 마음 놓고 일상을 살아가기 어려운 두려움이 가득할 그 사람은 오죽했을까.
좋은 세상 만든다며 정치하는 이들이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안전하고 존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혹하게 착취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 목도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이들이 그 일을 할 수 있게 위치에 가게 해주니 어찌 그렇게 가면을 쓰듯 얼굴을 바꿔 신이 되려 하는지. 정치란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하려거든 다 그만두라 말하고 싶다.
성폭력은 피해경험자의 잘못이 아니다. 실수도, 아무렇지 않은 것도, 별일 아닌 것도 아니다. 명백한 범죄이며, 권력을 이용한 이 정치권력인의 성폭력은 성범죄인 동시에 노동권 침해이며 인권 문제이다. 우리는 또 이렇게 또 다른 피해경험자가 발생한 정치권력인의 폭력을 만났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정치권에서 피해경험자를 지키고, 성폭력에 함께 맞서야 할 것이다. 피해자를 찾아내지 말라. 우리는 피해경험자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가해에 대한 조사와 해결을 원한다.
“그래, 나도 너의 그 맘을 알아. 이해해. 공감해. 동의해” 피해경험자와 연대하는 ‘우리’의 내가, 그리고 당신들이.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