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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서 Dec 01. 2021

12월의 포부

겨울이 오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자꾸 지난 추위를 상기한다. 벌써 12월이라니. 작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마감 시간에 맞춰 급하게 과제를 하고, 목표만 거창하게 세워둔 채 마무리하지 못한다. 자격증 공부는 시작할 의욕조차 잃었고, 공모전 투고는 미루어둔 지 오래다. 우유부단한 성격은 쉽게 고칠 수 없었으며 밤만 되면 지난 선택들이 후회로 밀려오곤 한다. 2021년은 2020년과 달랐다. 다르다고 믿었다. 2020년은 끔찍한 문제로 시작되었고, 이보다 심한 없을 것이라고. 모든 걸 바꾸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불행은 2021년으로 이월되었다. 빼곡한 감정들이 터져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순간을 불안해하면서 겹겹이 쌓이는 불행을 방관했다.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나아진 게 없는 12월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하는 계절이 왔다.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를 질병을 혼자 이겨낼 자신은 없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겁먹은 채,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나리오를 돌려보며 불안함에 잠식되곤 한다. 한동안 나의 문제점을 찾는 데에 몰두했다. 나는 왜 불안한 마음을 앞세운 채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며 지나간 일에 미련을 떨치지 못한 채 살아가는지, 인간관계에 눈치 보며 행동하는 이유를 찾으려 했다. 내 행동의 모든 이유는 사랑이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뿐더러, 사랑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다. 2021년이 다 끝나가는 와중에 깨닫다니. 이렇게 맞닥뜨리다니. 내가 나를 10%만 사랑하니까, 누군가가 20%의 사랑만 주어도 과분하다고 느꼈다. 나에 집중하지 못하니 애써 누군가를 따라가려고만 했고, 미련을 철철 흘리며 과거에 머물렀다.

서론을 이렇게 길게 적었지만, 결론은 없다. 과거에 머물러있고 싶어도 나아가야 하니 변해야겠지. 오래 붙잡고 있던 디그니타스도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여기에 글을 쓰는 건 오랜만이라 주저리가 길었다. 요즘 생각에 중독된 듯 살아간 덕에 깨달은 것도, 배운 것도 많다. 아직 쓰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쓰고 보니 글이 어지럽네. 그리움을 동력으로 쓰는 글. 이렇게라도 글을 쓰게 만드니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12월의 거창한 포부는 나를 사랑하기.

그냥 어딘가에 털어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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