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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 연 Feb 27. 2023

슬픔의 아름다움

석양에 물드는 삶의 색깔, 슬픔의 촉감

일출보다 일몰을 늘 더 좋아했다. 일출 때의 하늘 또한 내게 희망과 기대를 실은 아름다움을 선물하지만, 석양을 마주할 때면 가슴속에 더 깊고 큰 것이 차올랐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벅찬 아름다움들은 어디엔가 슬픔과 맞닿아 있었다. 그림자의 존재를 몰랐을 때에 보았던 빛들은 ‘그냥 아름다움’일 뿐이었으나 전후에 그 빛과 닿아있는 그림자를 보게 되었을 때엔 ‘그냥 아름다움’은 곧 감동이 되었다.

감정이라는 것이 본디 대비될 때에 극적이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나라는 사람의 기저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넓게 깔려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석양을 볼 때면 감동적인 슬픔에 잠기는 기분이랄까. 시시각각 변하는 그 순간에 흠뻑 빠져있으면 메마른 마음이 꿈틀거리기도, 소용돌이치던 감정이 차분해지기도, 담뿍 위로받기도 한다. 슬픔은 어쩌면 두려움보다도 더 깊은 곳에 놓인 것 같다. 그렇기에 에너지가 큰 것일까. 이것은 나를 싶은 수렁에 빠지게도 하지만, 또한 여러 강렬한 감정들에 다다를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 그것이 내 삶을 형형색색으로 물들게 한다.


축축하고 서늘하지만,

또한 묵직하게 부드럽고 포근한,

때로는 차갑게 뜨겁기도 한 슬픔의 촉감.




                                              류 연


어째서 나는 매 순간 잃고 있는가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것은 지나간다

매 순간 그저 놓여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흠뻑 존재하는 것


영원은 어디에도 없다

지나온 삶이란

수많은 순간이 켜켜이 쌓인 것일 뿐인데

으레 그렇게 되는 어떠함은 없었다


당연할 것이라 믿고 유예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게 남긴 것은

후회인가

아쉬움인가

그리움인가


처연히 마음 한 칸을 차지하고 서서

아련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그 시선.



본 매거진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은 초고클럽 멤버들과 함께 쓰는 공공 매거진입니다. 여섯 멤버들의 '희로애락애오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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