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의 단어 마흔번 째 키워드 '선수'
'혁신가의 단어'는 혁신가 개인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울혁신파크 활동단체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이풀은 이로운풀의 약자에요. 오랫동안 약초산업 현장에서 일했었는데, 스포츠로 비유를 하면 기존에는 코치의 입장이었다면, 필드에서 뛰는 선수의 입장이 되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전부터 농부들이 정성껏 재배를 해도 시장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을 잘 못 받고 유통 상인들한테 헐값으로 넘기고 이러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협동조합을 만들었고요. 일반적으로 약초라고 하면 한약의 원료로 생각을 하잖아요. 그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지만,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해요.”
“약초 티백 제품도 만들고 앞으로도 더 다양한 상품을 만들 거지만 처음 협동조합 만들 때부터 하려던 사업이 있었는데, 그게 뭐냐 하면, 실제로 생산자하고 소비자가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자는 거였죠. 생산자가 생산한 약초를 가지고 오면, 소비자 중에는 그걸 잘 활용하실 수 있는 분들이 있어요.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는 분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대화도 하고, 약초 생산 과정도 듣고, 제품화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죠. 그걸 ‘이풀공방’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 ‘우리 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할거다’, 이런 세부적인 계획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자, 이제 3년 버티기에 들어갑니다.’라고 했어요. 3년 동안 버티면 뭔가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3년이 다 되가는 지금은 5년은 버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간을 늘렸어요. (웃음) 사업 하면서 느끼는 건, 외부에서 정량적인 지표로 우리 사업을 평가하고 공모사업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나의 만족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 사업을 놓지 않으면 성공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저거 지지부진하고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도 않네?’라고 해도, 나는 그 안에서 꼬물꼬물대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부대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혁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버텨야 나오는 거죠. 책상에 앉아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탁 튀어나오고, 그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백난희 사진┃정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