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코코메로, 강릉

이탈리아 젤라또를, 강릉에서 Che Buona!

by 김고로

거의 분기마다 1번 정도 저녁 식사를 같이 하는, 갤러리숍 'Oars(오어즈)'의 N, S 부부와 송정의 어느 맛 좋은 전복 삼계탕을 함께 먹고 나서였다. 전복 삼계탕은 매우 맛있었고 글로도 남기고 싶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은 탓에 많은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 지금 막 후회되고 있지만, 글을 계속 이어가 보겠다.


오어즈 부부분들은 이전에 아내가 오어즈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내가 미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신 후로 내게 본인들이 좋아하는 가게들을 곧잘 소개해주신다. 그리고 그날도 그러했다, 처음 코코메로에 방문했던 날도.


"comma님, 유천에 젤라또집이 있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젤라또요? 순두부젤라또 아닌 이탈리안 젤라또 말씀이신거죠?"


"네, 이태리 젤라또요"


지금이야 젤라또가 대부분의 큰 도시의 백화점 식품관에는 다 하나씩은 들어가 있는 음식이고 지방에서도 이런저런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중에서도 독립된 점포로 이탈리안 젤라또만을 판매하는 곳은 보기 매우 드물기에 나는 구미가 당겼다.


강릉은 워낙 초당 순두부가 유명하기에 순두부가 아이스크림과도 맛이 제법 괜찮게 잘 어울려서 슴슴하게 달달하고 고소하며 부드러운 순두부 젤라또를 초당과 안목에서 곧잘 접할 수 있었지만 원조 이탈리아의 젤라또와는 결이 다르기에 내가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았다. 친한 친구인 바리스타 곰군이 안목의 어느 순두부 젤라또와 커피를 함께 하는 카페에서 일을 할 때에는 그 친구도 볼 겸 해서 곧잘 놀러 가서 먹었지만 이제 그 친구는 먼 길을 떠나버렸기에 (죽은 건 아니다) 더 이상 갈 일도 없어서 오랫동안 젤라또는 먹을 일이 없었다.


"유천에서 개업을 한지는 몇 달 되었어요, 그런데 저번에 가서 맛을 보니까 굉장히 맛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comma씨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오어즈 부부의 남편 되시는 N작가님께서 조곤조곤 말씀을 하시니 호주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젤라또들이 떠오른다. 호주도 미국처럼 다문화적인 나라라서 내가 있던 멜버른이라는 도시에도 이런저런 국가의 이름이 담긴 거리와 지역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곧잘 방문했던 이탈리아 거리. 무슨 스트리트였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탈리아 파스타, 피자 등 이탈리아 음식을 주로 하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주르륵 늘어서 있는 거리였다. 그곳에 가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참 많이 살고 있었고, 그 덕분에 이탈리아 젤라또 가게도 많아서 나는 그곳에서 젤라또를 많이 사 먹었었다.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한스쿱만 주문을 해도 3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는 어느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의 매우 큰 싱글 사이즈처럼 인심을 차고 넘치게 퍼서 주시던 이탈리아 아저씨가 내 기억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이, 우리는 금방 강릉의 유천동에 도착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자카야인 느릅나무가 근처에 있기도 한 유천은 내가 이쁜 여자와 산책 겸 오기도 하는 곳이다.


오어즈 부부분들을 따라 들어가니 이미 구면인 젊은 사장님과 인사를 하신다. 서글서글 웃으시는 모습이 인상 좋다, '친절'이 배어 있는 미소다. 아이스크림이 보이는 진열 냉동고로 가니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재료들로 만든 젤라또와 셔벗 종류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이쁜 아내의 손을 잡고 유천동으로 산책을 가자는 핑계를 대며 코코메로를 자주 방문했는데 그중에서 내가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던 아이스크림 위주로 소개를 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코코메로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를 원재료로 삼아서 젤라또를 만드는데, 젤라또의 특징처럼 원재료의 비중을 많이 넣고 제조를 하기에 아이스크림마다 해당 재료의 맛을 풍부하고 상큼하고 진하게 맛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더하자면 백향과, 딸기, 쌀, 쑥 등 가공되지 않은 원재료를 사용한 젤라또들을 맛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그리고 하나 더, 위에 얘기한 것처럼 신선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매 달 혹은 매 계절마다 아이스크림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으니 고정 메뉴는 잘 없는 것도 코코메로의 특징. 그 말은 주기적으로 방문하면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토마토바질셔벗 : 토마토랑 바질로 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달달한 방울토마토와 바질을 넣어서 만든 셔벗이다. 나는 토마토와 바질의 조합은 맛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보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다. 사장님께서 그 위에는 통후추를 갈아서 올려주시는데 토마토에 바질에 후추라니, 무언가 마르게리따가 생각나는 조합이다. 입에 한 숟갈 떠서 넣으면 상큼하게 달면서 짭짤한 토마토의 맛이 느껴지다가 바질의 풍미가 코로 확, 갈린 후추가 어금니 사이에서 바삭하게 씹히면서 매콤한 맛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매력. 먹으면 먹을수록 은은한 바질의 향과 토마토의 달콤한 감칠맛이 입안에 쌓여서 이게 젤라또 하나를 사 먹는다는 생각보다 잘 설계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후식을 먹고 있는 기분이다.


타히티바닐라빈: 이름이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내가 바닐라'맛'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코코메로는 타히티에서 수입해온 바닐라빈을 씨까지 사용하여 바닐라 젤라또를 만들기 때문에 바닐라 성분 함량이 높다. 실제로 먹어보면 바닐라향이 매우 진하고 풍부하며, 자세히 아이스크림을 들여다보면 검은 깨나 담배 씨앗도 아닌 매우 작은 점들이 박혀있는데 그것은 다 바닐라 씨앗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올리브유를 살짝 곁들여서 먹으면 바닐라의 풍미와 올리브유의 풍미가 섞여 매우 달콤하면서 고소한 풍미를 내는데, 그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장님께서는 바닐라 젤라또에 올리브유를 뿌려주신다. 한 스푼 입에 넣으면 입과 코가 바닐라의 달콤하고 진한 풍미로 가득 찬다. 그리고 올리브유와 만나서 단맛 사이에서 소심한 짭짤함이 고개를 들고 입맛을 계속 다시게 되는 고소함. 그리고 바닐라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맛있는 보편적인 맛이다.


피치멜바: 복숭아가 많이 수확되는 여름에 맛볼 수 있었던 젤라또였다. 백도 복숭아를 얇게 저며 설탕에 조린 후에 복숭아로 맛을 낸 아이스크림에 얹어먹는 달콤한 젤라또. 젤라또 자체는 복숭아 향이 가득하고 살짝 단단한 식감도 있고 (아이스크림은 얼려야 하니까) 부드러운 유지방의 맛이 있다, 그 위에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복숭아가 달콤하게 젤라또와 섞이니 차가운 백도복숭아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맛이다. 복숭아 절임이 씹힐 때마다 복숭아의 단맛이 새어 나오는데 그 맛을 단단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젤라또로 과하지 않게 균형을 잡는다. 복숭아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복숭아를 싫어하시는 분이라도 추천해본다.


패션푸르츠(백향과)셔벗: 새콤함의 대표적인 열대 과일 패션푸르츠, 우리나라에서는 백향과로도 불린다. 샛노란 과육에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신맛 나는 검은 씨앗을 갖고 있는데, 그 맛이 셔벗으로 그대로 옮겨져 있다. 백향과의 새콤달콤한 맛 그대로이지만 거기에 셔벗의 시원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달달함을 더 가미해서 열대과일이나 상큼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싫어할 수 없다. 입안에 넣자마자 새콤하고 신맛이 '팟'하고 입천장과 혀를 찌르지만 달달한 맛이 뒤따라 오고 갈려지고 으깨진 씨앗들이 사탕처럼 씹히는 식감도 좋다.


순수미 : 쌀로 만든 젤라또는 이탈리아에서도 로마 스타일의 젤라또이다. 코코메로에서는 백미로 만든 젤라또에 흑미를 박아 넣어서 만드는데, 쉽게 말하자면 'ㅇㅊㅎㅅ' 음료와도 같은 달달함과 부드러운 맛에 쫄깃하기도 하고 바삭하기도 한 흑미가 입안에서 기분 좋게 굴러다니고 씹힌다. 부드럽고 달달한 쌀의 식감에 흑미가 그 사이로 씹히면 구수하기도 하고 고소한 맛이 부서지는 쌀알갱이 사이에서 피어 나온다. 바닐라처럼 누가 먹어도 무난하고 맛있는 젤라또이지만 바닐라보다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다.


무화과크림치즈: 크림치즈의 꾸덕하고 달달한 풍미에 달콤하고 향긋한 무화과의 과육 조각들이 씹힌다. 무화과는 생무화과 보다도 말린 무화과가 굉장히 달콤하고 바삭해서 좋아하는 편인데, 부드럽게 씹히는 젤라또 사이에서 보물찾기 하듯 무화과 특유의 향과 맛이 터져 나와서 이 맛도 내가 한 스푼 입에 넣고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 코코메로에는 하동 말차, 구운 피스타치오, 스트라차넬라, 오레오, 뉴욕치즈케잌 등등 다양한 맛들의 젤라또들이 있다. 위에서 얘기는 못했지만 딸기 셔벗도 내가 코코메로에서 좋아하는 메뉴 중에 하나이다. 내가 이외에도 코코메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식문화에도 식견을 넓게 갖고 계신 사장님과 젤라또를 즐기며 나눌 수 있는 대화, 그리고 직접 젤라또를 만들어서 젤라또만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오래오래 장사하시기를 바라며, 그리고 코코메로가 강릉의 이탈리안 젤라또 전문점으로 계속 이어 나가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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