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배꼽시계 & 중앙 돈가스, 강릉

라면과 돈가스, 성실한 약속은 맛있다

by 김고로

미식 경험에 대한 글을 쓸 때에 나로 하여금 '이 집은 꼭 글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집들이 있는 반면, 맛은 어느 정도 괜찮지만 이걸 글을 써야겠어...라고까지는 생각을 안 하게 되는 집들도 있다. 이것은 어느 집이 맛있고 맛없고를 떠나서 나의 취향에 잘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대한 것이라 나에게 '내가 가는 곳이 맛있는 집'이라는 기준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린다.

오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곳들은 바로 그 '이걸 굳이 글로 쓸 필요는 없겠어'라고 생각했던 집들에 대한 글이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글을 쓰려고 주절거리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이 집들이 제공하는 보장된 품질의 맛과 성실함, 꾸준한 장사의 연속을 존경하고 굉장히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배꼽시계'는 강릉의 시내라고 불리는 대학로 거리 아트박스와 한스델리 건물 근처에 정원처럼 자리 잡은 매운 라면 전문 분식집이다. 원래는 넓은 정원에 술집이 있던 곳이었는데 내가 강릉에 오기도 전에 그 술집이 망하고 나가면서 매운 라면 전문점으로 열린 곳. 일부러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주로 중고등학생들과 나이 어린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이 끼니를 해결하려고 들어오는 것을 많이 보는 집이었다. 나로서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치즈라면과 두툼한 스팸김밥이 생각날 때면 혼자서 찾아가는 곳이다.



스팸김밥에는 다진 야채가 가득 들어간 두툼한 달걀말이와 큼직한 스팸이 들어가지만 단순한 속재료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포만감과 스팸의 부드러운 식감, 짭짤하게 녹아내리는 맛이 고슬고슬한 밥과 어울리고, 김밥 하나하나를 얇게 썰어내어 주니 가벼운 듯하면서도 짭짤하고 입안에서 살랑거리는 식감이 가끔 생각나는 맛이다.


라면은 안성탕면을 기본 라면으로 사용하는데, 거기에 본인들의 양념과 조미료를 더해서 라면을 끓여주신다. 나는 매운 라면을 잘 못 먹기 때문에 치즈라면을 주로 먹는데, 통깨를 갈아서 첨가한 고소하고 묵직하며 약간의 매콤함이 더해진 라면에 모차렐라를 듬뿍 얹어주셔서 고소하고 묵직한 국물을 좋아하는 내가 좋아한다.



그 외에 매우 매운 라면이 이 집의 주요 메뉴이지만 이 라면을 먹게 되면 나는 그 자리에서 온 몸을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 울음을 터트릴지도 모르니 감히 도전할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하루를 쉬시는데, 그 외에는 언제 방문하더라도 따끈하고 맛 좋은, 가성비의 라면과 김밥을 즐길 수 있다.


'배꼽시계' 외에도 내가 곧잘 점심시간에 가는 곳은 강릉 중앙시장 중심부 골목에 위치한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에 개업한 '중앙 돈가스', 줄여서 '중돈'이라고 부르는 일식 돈가스 식당이다. 매일마다 신선하게 선분홍색이 감도는 돼지고기로, 굵은 빵가루가 아닌 살짝 알갱이가 작은 빵가루를 묻혀서 일식 돈가스로 튀겨낸다.



돼지고기를 항상 좋은 등심을 쓰시는지 식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씹는 맛도 훌륭해서 바사삭 거리는 튀김에 쫄깃한 돈육의 조화가 배도 든든하고 식감도 즐겁다. 고기는 선홍색보다는 옅은 회색으로 거의 다 익히는 돈가스이지만 가성비도 좋고 (소, 중, 대 사이즈 별로 가격을 달리 받는다) 함께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도 고소하고 부드러우니 맛이 좋다.


돈가스를 잘하는 집이다 보니 잡곡식빵에 머스터드 소스를 발라서 돈가스를 넣어주는 돈가스 샌드위치도 이 집의 인기 메뉴인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날은 돈가스보다도 샌드위치용 식빵이 먼저 팔려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먹는 돈가스도 맛이 좋지만 잡곡이 오독오독 씹히는 빵 사이로 머스터드의 톡 쏘는 달착지근한 맛과 함께 바삭거리는 돈가스의 맛이 매력적이라, 여러 사람과 올 때면 나는 돈가스와 돈가스 샌드위치를 함께 주문해서 먹는다. 맛있고 배부르니까.



중앙 돈가스도 일주일에 1번을 쉬는데, 그 외에는 언제 가더라도 바삭하고 쫄깃한 돈가스의 높은 품질의 맛을 기대할 수 있다.



위의 두 집은 내가 여태까지 점심시간에 심심치 않게 방문을 하면서도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집들이다. 식사를 했을 때 머리에 전구가 켜지거나, '이런 맛이!'라고 놀라거나, 강릉에 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라는 그러한 추천을 하기에는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라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이 집들은 '휴일을 제외하고 항상 동일하고 품질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라는 식당으로서의, 유료 식사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의 제일 기본적이고 암묵적인 원칙, 방문하는 손님들에게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휴일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유에 의한 긴급 휴업이 아니라면, 영업시간에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기대할 수 있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식당, 언제 가더라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 그리고 그 일을 개업한 날부터 끊기지 않고 해온 식당이다. 고객과의 보이지 않는, 정해져 있지 않는 윤리적인 약속을 잘 지켜온 식당들이다. 나는 그래서 배꼽시계와 중앙 돈가스의 임직원분들을 높게 평가하고 존경하는 바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유명 맛집들, 굳이 멀리 안 가고 강릉 안에서만 찾아봐도 이러한 약속을 하지 않는 식당들이 꽤 많다.


정기 휴일이 정해져 있거나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일이나 휴일이 들쑥날쑥, 변덕스러워서 언제 영업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열었는지 닫았는지 헷갈리는 식당.


영업시간에 개업을 잘하더라도 그 맛이 꾸준하지 못하고 매일마다 맛과 품질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변화가 심하고 고객을 실망시키는 식당.


주변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식당들 중에서 위의 것에 해당하는 식당이 있는가? 그 식당들을, 여러분은 가고 싶은가? 단골손님이 되겠는가? 나의 대답은 '아니올시다'. 식당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방문하는 손님은 시간과 맛과 품질이 성실하지 못한, 꾸준하지 못한 식당은 점점 가지 않고 발걸음을 끊게 된다. 이유는? 식당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당의 구성원을 믿지 못하기보다는, 그 품질과 시간과 맛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손님은 당연하게도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우리 거기 갈까? 그 A식당 말이야'


'그런데 거기 맨날 영업한다고 그래도 가보면 닫혀 있잖아'


'그 A식당 맛이 왔다 갔다 하더라고...'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평이 나오면 적어도 나는, 그 식당이 좋은 식당이라거나 추천할만한 식당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적으로, 양심을 걸고 생각했을 때에도 말이다.


요리의 품질과 맛, 그리고 영업시간의 꾸준함과 성실함은 카페를 포함한 외식업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것은 스스로와, 그리고 식당에 귀한 발걸음을 해준 사람들과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 어디 갈까?'


'B식당 가자, 거기 지금 가도 열려 있을 거야'


'맞아, 게다가 개업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맛이 그대로거든'


내가 자주 찾는 식당들은 다 그러한 식당이다. 개업한 지 수년이 되어도 처음 맛있었던 그 맛이 변치 않고, 언제 가도 그 가격에 걸맞은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그 즐거운 미식의 시간을 기대할 수 있는 식당. 훌륭한 곳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배꼽시계와 중앙 돈가스는 (그리고 그 외에 위의 좋은 요소를 가진 업소들도) 다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다. 휴일 외에는 항상 영업을 하며 그 고품질의 맛을 지금까지 이어오는, 남들이 보기에는 '그게 당연한 거잖아?'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단순해 보이는 것을 매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매우 대단한 일이다.


영업시간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업 마감을 한 이후에도, 쉬는 날에도 편히 쉬지는 못하고 항상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 재료 손질, 기물 관리, 재고관리 등등.... 어느 일이든 일이 적은 업종은 없겠지만 외식업도 그렇다.


지금도 훌륭한 음식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모든 식당과 카페에 기립 박수와 찬사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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