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음식을 즐겼던 음식점들에서 내가 겪었던 경험에 대해서 쓰는 글들의 연속이기 때문에 나는 주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홀이 제대로 있는 식당을 글로 전달한다. 아무리 잘 되어 나와도 배달음식이 홀에서 바로 갓 나온 음식을 먹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글들을 보면 나는 배달음식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배달음식들도 감히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겠구나,라고 내가 마음을 바꿔준 배달음식 전문점이 있다.
'돼갈'이라고 하는 시내에서 가까운 골목에 자리를 잡은 작은 돼지갈비찜 전문점이다. '돼지갈비찜 전문점'의 줄임말인 '돼갈'을 상호명으로 사용하는 집이다. 이전에 이 근처에 '비바타파스'라는 내가 애정 했지만 사라져 버려서 글은 쓰지 못한 스페인 음식점이 하나 있었는데, 비바타파스의 사장님께서 맛이 굉장히 좋다고 하시면서 추천을 하셔서 나중에 한 번쯤은 주문해서 먹어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던 집이었다.
"너 갈비찜 좋아해?"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다, 우리는 단골 카페인 구커피를 다녀와서 이제 무슨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 이 사람들 밥 잘 먹는다고 소문이 날지 궁리를 하던 차였다.
"음... 좋아는 하는데 엄청 까지는 아니야."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도 돼지갈비찜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음식이나 식재료가 싫어서가 아니라 여태껏 먹어본 돼지갈비찜 중에서 맛있는 돼지갈비찜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즉 돼지갈비찜에 대한 좋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래. 그런데 이전에 비바타파스 사장님이 맛있다고 언급했던 돼지갈비찜 집이 있어서 궁금해서, 시켜먹어 보려고."
이쁜 여자는 내가 막국수나 치킨 외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하자 신기하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그래? 그럼 우리 시켜먹어 보자."
본인에게 구미가 당기는 음식은 아니지만 '더 이상은 집에 돌아가지 않는 남자친구'가 궁금하다고 하며, 맛있을 거라는 어느 정도의 기대가 있으니 흔쾌히 응답한다.
배달음식 어플을 열어서 '돼지갈비찜'을 검색해보니 맨 위의 첫, 두 번째 순서에 상호가 검색이 되어 나온다. 정말로 상호의 이름이, 재미있게도, '돼갈'이다. 어떠한 음식을 잘하는지 단순하고 인상 깊게 남길 수 있는 상호명이다. 메뉴들을 보아하니 간장을 기본양념으로 한 간장맛과 매콤한 맛의 갈비찜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에 치즈를 추가하거나, 기본적으로 들어간 당면을 더 추가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같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맵찔이', 그리고 그런 맵찔이와 사는 이쁜 여자는 선택권이 없다.
"간장 기본맛으로 토핑 추가 없이 시킬게."
"응, 그래~"
띠링!
우리가 주문한 간장맛 돼지갈비찜이 접수가 되고 배달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사이에 나는 돼갈의 음식 별점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각 고객들의 음식평이나 별점들을 당연하게도 개인의 주관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 그리고 최하점의 별점을 준 평을 읽으면서 나는 이 집의 맛을 가늠하는 데에 활용하기도 한다. 맛있는 집은 최하점의 별점이 포함된 평가에도 서비스나 고객응대가 형편없다는 얘기는 있어도 맛이 없다는 얘기는 없으니까. 그렇게 사진이 포함된 평가들을 읽고 있으니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며 올린 배 혹은 사과 절임 사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 뜻은 우리가 오늘 시킨 돼지갈비찜에도 이 사과절임이 서비스로 함께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겠지. 기대가 된다.
약 20분 정도가 흘렀을까, 1층에서부터 우리 집이 있는 2층까지 쿵쾅거리며 누군가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배달음식이 도착했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음식을 받아 들고 빠르게 식탁을 차리고는 커다란 페트 용기에 담긴 갈비찜을 개봉한다. 달달하면서 짭짤한, 전형적인 간장양념의 냄새가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와 섞여서 코로 강하게 들어온다. 냄새는 그렇다 쳐도 맛이 매우 궁금하다. 숟가락을 들어서 매처럼 날아올라 갈비찜 양념을 깊게 낚는다. 그리고 둥지로 서서히 날아 돌아오는 숟가락.
후룹
여느 배달음식의 간을 기대한 것처럼 달지 않다, 여느 배달음식의 간을 생각한 것처럼 짜지 않다. 나의 '배달음식'이라는 편견을 와장창 깨버리는 맛이다, 살며시 달콤하며 감칠맛 넘치는 간간한 간장의 맛이 입안에 올라온다.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나의 표정이 놀란다, 나는 다시 숟가락으로 간장양념을 크게 떠서 먹는다.
호로록
깊다, 페트 용기가 아니고 일반 그릇에 담겨 나왔다면 누가 이 음식을 배달음식이라고 감히 생각하겠는가. 깊고 진하며, 감칠맛이 폭발하는 간장의 맛에 속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돼지고기의 육즙과 토핑으로 넣은 채소들의 채수들이 섞인 다채롭고 신선한 맛이다. 이 양념 속에서 농후한 돼지고기의 육즙의 진한 맛이, 누군가에게는 기름진 맛일 수도 있지만 육향 강한 고기, 꿉꿉한 냄새라도 사랑하는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질감과 맛이다. 그리고 간장 양념을 만들 때에 채소와 과일을 우려내어 탄탄하게 기본 맛을 쌓아 올라가시는지, 간장 양념의 색은 진하지 않고 연한 갈색을 띠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뭉근한 달큰함에 진한 고기맛, 간장의 감칠맛과 짭짤함이 더해져 계속 나의 입맛을 당긴다.
이 돼지갈비찜, 속살맛은 어떨까?
기름과 살코기가 적당하게 붙어있는 살덩이를 하나 집어서 뜯는다. 강한 압력과 열에서 오랜 시간 익혀냈는지, 압력솥에서 요리한 돼지고기 살코기의 질감과 맛이 난다. 겉은 살짝 단단하지만 이로 깨물어 뜯으면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가 길게 쭉 찢어지면서 치아 사이에서 가볍게 씹힌다. 이어서 기름까지 살코기와 함께 베어 물어 씹어본다. 비계와 살코기 안쪽까지 깊숙하게 간장 양념이 침투해서 붉그스름하게 잘 익은 갈비찜 속살에서도 감칠맛이 으깨져서 나온다.
고기 속살과 비계를 씹을 때마다 새어 나오는 양념의 맛이 환상적인 것. 거기에 당면사리와 감자, 당근까지 넉넉하게 넣어주시고 거기에도 맛난 간장양념이 적절하게 잘 배어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거 몇 인분이야?"
"이거.... 제일 작은 거 시켰는데?"
"양이 많다, 3명이서 먹어도 되겠는데?"
그렇다, 2~3인분이라고 쓰여있는 제일 작은 사이즈를 시켰는데 '2'는 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3인분이다. 고기도, 채소도, 당면도 양이 다 많다, 먹으면서도 '이거 내일 저녁까지 먹겠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양에 가격이 상당히 괜찮아서 이제는 갈비찜을 먹고 싶다면 여기, 돼갈에서 주문해서 먹어야겠다고 이쁜 여자와 나는 강하게 동의했다.
어느 정도 밥과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면, 이제는 서비스로 함께 온 사과절임을 먹을 순서이다. 사과절임이기 때문에 나는 굉장히 달콤한 사과맛을 기대했는데, 내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사과 한쪽을 집어 들어 입안에 밀어 넣으니 향긋한 계피향과 사과의 달콤한 향이 코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서 사과의 육질을 씹으며 느껴본다. 사과의 사각거리는 식감은 없지만 푸근하고 뭉근하게 익혀진 사과의 녹는 식감에서 강하게 달달한 풍미와 황설탕의 단맛으로 꽉 채워진 입안에 계피의 은은한 맛이 후식으로 제격이다. 그 이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는 상관없다, 마지막을, 달달하고 향긋한 사과와 계피의 맛으로 식사의 마지막을 마무리 짓는다.
"이거 달달한데 맛있다, 시나몬 향기 좋아."
"그런데 지금 배부르기도 하고 좀 더 오래 먹고 싶으니 냉장고에 넣어 놓자."
간장 양념을 만들 때 함께 넣어 단맛을 넣기 위해 익혔던 사과를 이렇게 또 다른 요리로 활용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디저트를 만드시는 것인지 내가 알 수는 없는 것이지만 결론은 돼갈의 서비스 후식은 본식인 갈비찜만큼 맛있다. 적어도 나의 배달음식에 대한 편견을 와장창 깨버렸고, 이 음식을 홀에서 갓 나왔을 때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배달로만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쉬웠다. 돼갈 집이 더 번창해서 홀에서도 먹었으면 좋겠다, 나의 작은 소망이다.
즐거운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는 기분 좋게 음식에 대한 평을 남겨드렸다, 보시는 사장님께서도 기분 좋게 힘내서 장사 오래오래 하시길,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