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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Sep 09. 2023

[미식일기] Sicily Pizza, Adelaide

Sicily Pizzeria e Bar, 시칠리아는 못 가봤을지라도.

내가 시칠리아라는 이탈리아의 섬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은 백종원 선생님이 출연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두 번째 시즌이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방문한 도시에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맛 좋은 음식이나 음식점들을 방문하여 계속해서 먹는 것이 이 음식 다큐멘터리를 빙자한 예능의 주요 골자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탈리아 남부, 지중해에 자리 잡은 큰 섬인데 이런저런 간식들과 곱창버거를 비롯하여 나의 눈을 즐겁게 한 음식은 시칠리아에서 '미친 사과'라고 부르는 가지를 이용한 파스타였다.

백종원 선생님이 워낙 먹방을 맛있게 하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지를 넣은 파스타소스에 쿠스쿠스를 곁들여 드시는 모습은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만약 이탈리아를 방문한다면 로마, 나폴리 등과 함께 방문해보고 싶은 지역이다, 한때는 시칠리아의 음식을 가르쳐주는 요리학교가 있는지 찾아봤을 정도로 언젠가는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곳.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 나는 마침 호주 애들레이드를 방문하고 있었다. 호주에서 사는 몇 가지 장점 중에 하나는 여러 민족들이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 도시에서 여러 나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크게는 동아시아, 북미, 유럽의 음식들부터 중동, 동유럽, 남미, 중앙아시아 등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나라들의 음식까지 번화가에 가면 곧잘 방문하여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 엄청 맛있는 이탈리아 피자집 있는데, 거기도 같이 가자."

"호오, 어떤 이탈리아 피자인데?"

"'시칠리'라고 하는 이름의 이탈리아 피자집인데 라자냐랑 피자를 꽤 잘해. 가지피자 맛있어."

미국식 피자보다도 이탈리아식 피자를 더 좋아하고, 특히나 라자냐를 매우 좋아하는 나에게 누나가 소개하고 있는 이 '시칠리'라는 이탈리아 식당은 당연히 식사를 하게 될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 근처에도 있는데, 시내에도 있고, 맛이 좋아서 애들레이드에는 지점이 몇 개 있어. 어디를 가도 맛은 같으니까 원하는 지점에 가면 돼."

가지피자라니, 서울의 어딘가를 찾아보면 있을 수 있는 메뉴이지만 강릉에서 주로 살고 있는 나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메뉴. 거기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는 라자냐와 피자라니,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멜버른에 살고 있었을 때에도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는 이탈리아 식당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음식이 호주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입맛에 많이 맞추어졌기 때문에 미국식으로 변형된 이탈리아 음식이어서 크게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었다.

그리하여, 시내의 Fonatic에서 달콤한 쌀국수로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잠시 묵고 있는 본인 누나의 집에서 힘이 넘치는(?) 저녁식사를 위한 휴식을 잠시 취하고 땅거미가 내리자 슬그머니 일어나서 다시 밖으로 나섰다. 우리는 시내에 있는 Sicily Pizzeria e Bar(이탈리아어가 섞인 상호명이다, 해석하면 '시칠리아 피자집과 바')를 가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누나의 집 근처에 있던 지점이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식사 후에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약간의 밤산책도 하고 돌아오자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상상하며 시내로 향했다.

저녁시간의 애들레이드 시내는 술집이나 식당을 제외하면 굉장히 한산한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는 우리나라의 늦가을 날씨라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기도 하고, 퇴근시간이 지나면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쉬는 것이 이 동네 풍습이요 문화이기 때문이다. 퇴근이나 수업이 끝난 후 밤문화를 즐기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 노는 것보다는 개인의 여가와 휴식시간을 더 중시하는 것이 우리와는 다른 밤거리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시내가 아닌 시내 외곽의 주요 거주지역을 가면 거의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고, 가정집들은 불이 켜져 있는데 동네는 가로등을 빼고는 깜깜하며 조용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시내는 시내인지라 가게들이 제법 열려있었는데 멜버른에서 살 때도 봤었던 추로스 집인 'San Churo', 초콜릿 전문점인 'Coco Black'이나 "Max Brenor' (Coco Black과 Max Brenor의 생초콜릿과 핫초콜릿은 매우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젤라또 전문점 등은 밝은 실내등을 켜고 영업 중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우리는 약간 거리를 걸어서 Sicily Pizzeria e Bar로 향했다. 통유리로 된 벽을 통해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이미 실내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중이었고 직원들도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일하는 중이었다. 나무와 금속, 유리로 이루어진 무거운 문틈새로 토마토와 허브, 구수한 밀가루의 따뜻한 냄새가 새어 나와서 나의 마음은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아서 일단은 음료부터 시키고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애들레이드는 지도로 보면 바다가 섬 안으로 움푹하게 들어와 있는 항만도시야. 그래서 따뜻하고 온화한 지중해 기후를 갖고 있지."

"허어, 변덕스러운 멜버른과는 기후가 많이 다르구나."

"맞아, 지중해 기후라서 날씨가 매우 좋고 해나 토양도 좋아서 다른 나라의 종자들을 가져와서 재배를 해도 잘 자라나. 거기에 목축과 낙농을 잘하던 국가라서 정육제품도 풍부하고 항만도시라 바다가 가까우니 해산물도 넘치게 생산되지. 예를 들자면 여기서 사용되는 밀가루도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는 밀가루를 애들레이드로 들여와서 키운 것을 사용해, 식재료를 생산하는 면에서는 축복받은 도시지."

"그거 좋네, 다른 나라의 작물들도 잘 자라는 기후라니."

누나로부터 애들레이드의 식재료 생산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으니 호주라는 나라가 그런 면은 부럽기도 했지만 오늘 먹을 음식이 얼마나 맛이 좋을지 기대가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는 밀가루로 만드는 피자라니, 요리하는 사람의 기술이나 지식도 중요하지만 사실 좋은 식재료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시칠리아 레몬으로 만든 레모네이드, 가볍고 깔끔한 단맛과 레몬의 풍미가 좋다

가볍게 마시려고 주문한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우리는 다시 메뉴를 결정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르게리따도 있고, 고기를 많이 넣은 피자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고른 것은 라자냐와 시칠리아식 가지피자. 시칠리아 현지에도 이미 가지파스타가 있는 만큼, 가지피자의 맛도 궁금했다.

가게 내부를 둘러보니 통유리로 된 가게 외부의 벽, 하얀 면포로 덮은 식탁들과 검은색의 식탁과 의자들, 검은색과 짙은 고동색, 갈색으로 된 벽돌로 쌓인 부엌의 벽들과 부엌 안쪽에 자리 잡은 커다란 화로. 나무가 구워지는 냄새로 봐서는 나무로 불을 때는 화로인 걸로 유추가 되었고, 그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주방직원들. 그리고 역시나, 이탈리아 식당 아니랄까 봐 가게 이름대로 한쪽에는 와인과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비한 바에서 에스프레소와 커피를 제조하는 소리가 멀리 앉은 나에게까지 들리는 듯했다.

라자냐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기, 소스, 치즈로 가득 찬 라자냐


그리고 우리의 식탁에 먼저 등장한 것은 라자냐, 두꺼운 종이와도 같은 두께의 라자냐면이 3겹 정도로 쌓였고 그 위에는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간 토마토 라구소스가 듬뿍, 라자냐면 사이에도 겹겹이 듬뿍 고기, 치즈와 함께 들어와 있었다. 필자는 라자냐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소프리토와 채수, 육수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라자냐 건면을 제외한 소스도 직접 몇 시간을 걸쳐서 요리해서 먹기도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많이 드는 음식이라 좋아하지만 자주 먹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탈리아 식당에서 나오는 제대로 된 라자냐가 반가울 수밖에. 그리고 나는 숟가락을 들어 라자냐에서 흘러나오는 토마토소스를 먼저 한입.


토마토소스가 입에 넣고 혀에 넓게 펴서 천천히 맛을 본다. 채로 쳐서 내린 파마산 치즈가 위에 잔뜩 뿌려져 있지만 토마토소스 앞에서 나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

'깊다. 가벼운 질감인데 진하고 깊은 토마토와 고기의 풍미.'

토마토의 상큼함과 신선함이 혀에 퍼지면서 동시에 느껴지는 고기로 우려낸 깊고 진한 풍미. 그리고 이어지는 고기와 토마토가 만들어내는 긴 여운의 감칠맛.

"와, 누나가 말한 대로 여기 라자냐 훌륭하네."

나는 칼로 라자냐를 살짝 크게, 높게 썰어서 내 접시로 덜었다. 그리고 포크와 칼로 썰어가며 라자냐의 사이를 자세히 살핀다. 면과 면 사이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고기와 채소, 토마토소스가 빼곡하게 차있다. 한 치의 옅음과 싱거움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듯이 솜씨 좋은 벽돌, 타일공의 작업처럼 면과 면 사이에 들어차있는 재료들.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게 익은 라자냐면 사이에서 깊고 진한 고기맛에 토마토의 감칠맛이 어울려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진 쇠고기가 입안에서 잘 익은 쌀처럼 고슬 거리며 굴러가며 잘근잘근 씹히는 식감, 쇠고기 다짐 한알을 씹을 때마다 새어 나오는 토마토의 새콤한 감칠맛과 고기의 풍미. 그리고 그 위를 토마토소스로 다시 덮는 야들야들한 라자냐면. 살코기를 다져서 쓰는 라자냐도 맛이 좋지만, 이렇게 간 쇠고기를 면 사이에 가득 채워서 넣는 라자냐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인 맛이다.


그리고 곧 이어서 나온 음식은 시칠리아식 가지피자. 재료가 단출하고 단순하게 배치되어서 구워진 모습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토마토 페이스트 위에 샛노란 모차렐라, 길고 얇게 저며진 가지에 큼직하게 떨어진 리코타치즈, 바질로 향과 색감을 장식한 모습. 이탈리아의 1인 1 피자라는 원래의 규칙을 적용했는지 한국에서 생각하는 이탈리아 피자의 크기보다는 약간 작았지만 그건 나에게 상관이 없다, 맛이 좋으면 그만이니까.

라자냐를 한쪽 떠서 먹을 때도 그랬지만, 처음 보는 무려 '시칠리아식' 가지피자님을 영접할 때에도 부푼 마음을 안고서 작은 조각을 떠본다. 굉장히 평범하게 생긴 가지가 올려진 피자, 한입.


쫄깃

혀에 처음 닿는 맛은 심심하면서 달착지근한, 으깨진 토마토의 맛. 토마토 페이스트를 쓰는 미국 피자와는 다르게 원재료의 맛을 더 중시하는 이탈리아 피자의 특징을 나타내듯이 토마토의 덩어리가 조금씩은 남아있을 정도로 으깬 토마토소스는 수분감이 많았고, 수분감이 많은 만큼 촉촉하며 심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심심한 맛이 이 Sicilia Pizzeria e Bar에서 생산하는 엄청난 도우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한다.

"토마토소스는 생각보다 심심해, 그런데 이게 맛이 좋은데. 심심한 토마토소스의 맛이 오히려 다른 재료들과 심심하게 잘 어울려."

"여기 도우가 엄청 쫄깃하다."

"응, 엄청 얇은데 찢어지거나 끊어지는 것 없이 엄청나게 쫄깃해."

일반적으로 피자 도우가 얇으면 수분감이 많은 재료들의 수분을 먹고 익으면서 흐물흐물해지거나, 찢어지기 마련인데 Sicilia Pizzeria e Bar의 피자 도우는 약간 부드러워지기는 해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토마토소스가 흘러넘치게 발려져 있는 도우의 가장자리부터 잘라서 삼키고 잘근잘근 씹어본다. 밀가루와 물론 만들어진 글루텐이 한국에서 먹던 피자도우에서 느끼던 것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 강력한 식감이라 그만큼 더 쫄깃한 맛을 주고 도우가 얇음에도 불구하고 바삭하게 구워져서 바삭한 도우가 토마토소스에 젖어서 촉촉해도 딴딴한 결속력이 표현된다. 얇은 피자나 빵을 하기에 최적화된 밀가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샌마르의 피자대장님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대장님의 피자와 도우 만드는 기술과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이건 따라 하지 못하겠다."

"맞아, 애초에 식재료부터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커다란 백곰이 그려진 밀가루로는 호주에서 먹고 있는 이탈리아 피자도우의 식감을 처음부터 따라올 수가 없는 것이다. 먹으면서도 이 피자도우의 식감을 꼭 샌마르에 가서 전달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나폴리에 가서 피자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그렇게, 얇지만 바삭하고 끈끈하고 쫄깃한 피자도우는 그 위에 올려진 촉촉한 토마토소스와 어우러지고, 거기에 묵직하며 고소한 유지방의 미끄러지는 맛을 터트리는 리코타치즈가 입안의 한쪽에서 씹힌다, 토마토소스에 얹어져서 구워진 모차렐라 치즈가 유지방의 더 부드러운 쫄깃함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위에 올려진 얇은 가지가 바삭한 껍질과 함께 아삭아삭하게 씹히며 화덕에서 입고 나온 훈연의 풍미를 뽐내어서 피자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향과 맛이 코까지 뚫고 올라오는 맛.

"맛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까지 맛이 좋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

"가지피자의 도우와 소스 맛이 균형이 잘 맞는데."

피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밀가루부터가 이미 다르다 보니 처음부터 맛있음을 보장한 음식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가지피자의 맛있음을 찬양하며 빠르게 손을 움직여 먹다 보니 식사는 금방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음식을 거의 다 먹은 것이 보이자, 근처에서 종업원이 와서 묻는다.

"후식 가져다 드릴까요? 에스프레소도 있는데요."

음식을 먹고는 나가서 젤라또를 먹을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에스프레소'라는 말에 휙 이끌리는 우리,

"네, 좋아요, 메뉴판 주시겠어요?"

이탈리아 식당이라는 이름답게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는 기본, 이제는 강릉에서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린 추억의 간식 카눌리와 티라미수를 에스프레소와 함께 주문했다. 부엌 옆에 있는 바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팀 소리가 '쉬익쉭'하고 몇 번 울리더니 작은 잔에 에스프레소가 설탕과 함께 등장했고, 설탕가루를 입고 리코타치즈로 가득 찬 튀김과자 카눌리와 두툼한 마스카포네 치즈를 올린 티라미수가 등장했다.


멜버른에서 이탈리아 식당에 갔을 때에도 마스카포네 치즈는 커피물을 머금은 스펀지핑거 위에, 하얀색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옅은 노란색을 띠며 투박하고 두껍게 올라가 코코아 가루를 흑채처럼 뿌린 모습이었는데, 애들레이드에서 만난 티라미수의 마스카포네도 두툼한 노란색이라서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마음에 반갑기까지 했다.

나는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고서 재빨리 녹인다, 에스프레소는 뜨거울 때 홀짝거리면서 넘기는 게 좋다.

"크으, 이 맛이지."

평소 자주 가는 카페들에서 먹던 에스프레소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입에서부터 목 넘김이 가볍고 부드럽게 지나가면서 진하고 고소한 맛을 남긴다.

"이렇게 가벼운데, 어떻게 이렇게 진하고 고소하냐, 신기하네."

"펌킨오울에서 먹던 에스프레소와는 다른 맛이야."

바삭하고 달콤했던 카눌리


그리고 누런 마스카포네가 듬뿍 들어있는 티라미수는 진득하고 묵직하며 고소한 우유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맛, 거기에 단맛 한 꼬집, 초콜릿 향기도 조금 넣은, 묵직한 유지방과 달콤한 커피 맛에 충실한 케이크. 이렇게 입안에 꾸덕하고 끈적한 마스카포네를 집어넣는 것이 얼마만인가. 낙농업이 발달한 호주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스카포네의 진함과 무거운 맛이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티라미수를 한수저만 입에 넣어도 입안이 묵직한 치즈와 쌉쌀한 달콤함으로 가득 차는 맛, 꼭 기억하고 싶은 맛이다.

Sicily Pizzeria e Bar에 내가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에서 자란 밀로 만든 가루를 사용한 피자를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맛은 꼭 혀와 추억에 담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추억의 티라미수 맛을 재현해준 티라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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